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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8월17일 16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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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8년,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도”
노동부, ‘성실근로자 재입국제도’, ‘사업장변경 내부지침’... 퇴보만 반복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찬드라(가명) 씨는 네팔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지난해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그는 폐스티로폼을 분쇄하여 재생하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몸에 문제가 생겼다. 스티로폼을 재생하는 데 사용하는 화약약품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고, 속도 좋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회사 관리자가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병원에서는 “기후, 풍토가 맞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일종의 향수병일 수도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일하기 힘들어진 그는 고용주에게 일자리를 옮길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고용주는 “꾀병 부린다”며 “일을 못하겠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용센터에 가서 서툰 한국말로 일자리를 옮기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담당자는 고용주 허락을 받아와야 한다며 돌려보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에 도움을 청했지만, 센터에서도 한국의 고용허가제라는 법 안에서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백방으로 방법을 찾던 센터에서는 “계약기간 1년을 참거나, 네팔로 돌아가거나, 사업장을 이탈해서 미등록(불법체류) 신분이 되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찬드라 씨는 계약기간 1년을 참아보기로 결정했고, 지난 6월 드디어 그곳을 빠져나왔다. 현재 그가 다니는 일자리도 주야 맞교대를 해야 하고 기숙사도 변변치 못한 곳이지만, 힘들었던 폐스티로폼 공장을 빠져나와 그는 그저 기쁘기만 하다.

“발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도”
노동부, 이주노동자 인권 퇴보하는 정책만...

“지금 발표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가 설립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상담이 폭주하고 있어 다른 업무를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뙤약볕 아래에서 30여 분 동안 고용허가제 상담 사례를 발표했다. “사장이 허락하지 않으면 회사를 옮길 수 없는 제도. 옛날에 주인이 허락해야 비로소 자유의 신분이 될 수 있었던 ‘노예제도’가 있었다. 고용허가제를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부르는 게 심한 표현인가”

17일 오전 10시 30분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이주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8년 전 오늘 정부는 산업연수생 제도와 병행하여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고용허가제)’를 전면 시행했다. 고용허가제는 본격적으로 시행되던 2004년부터 노동계의 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노동삼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사업장 이전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노동계에서 지적했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고용허가제는 오히려 퇴보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고용노동부는 아예 사업장을 옮기지 않고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성실근로자’로 인정하고 4년 10개월 동안 같은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고용허가제 개정안을 시행했다.

지난 5월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장 변경 없이 성실근로 후 자진 귀국한 외국인근로자는 3개월 후 재입국하여 다시 4년 10개월간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이 제도를 ‘성실근로자 재입국제도’라고 지칭했다. 지난 8일에는 이채필 노동부 장관이 직접 인천공항으로 나가 ‘성실근로자’로 재입국 허가를 받은 노동자들의 귀국길을 환송했다.

또, 노동부는 지난 6월 “국내 체류 외국인근로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자의 수도 증가”했고 “잦은 사업장 변경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영세업체의 인력난을 심화시키며, 다른 근로자까지 근로의욕 저하 문제를 유발”한다며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구직 이주노동자에게 구인업체 명단을 제공하던 기존 방식에서 고용센터가 구인업체에 이주노동자를 알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법정기간(3개월) 내에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하면 출국 조처된다.

▲ 17일 오전 10시 30분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이주연대회의)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는 고용허가제 8년 이주노동자 노예 만드는 고용허가제 폐지 촉구를 위한 대구경북지역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주노동단체는 8월 1일부터 시행된 내부지침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전의 자유는 더욱 위축되었다는 입장이다. 윤일규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취업알선을 위해 고용센터를 찾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조사에 참여한 19명 중 12명이 지침이 바뀐 것이 ‘나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윤 목사에 따르면 19명 중 12명의 응답자가 변경된 내부지침이 ‘나쁘다’고 답했고, 5명이 ‘모르겠다’, 2명이 ‘좋다’고 답변했다. ‘나쁘다’고 응답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메시지를 한번도 받은 적 없다”, “메시지를 받아도 한국말을 몰라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계속 기다리라고만 이야기한다”, “전화와도 한국말을 몰라서 모르겠다”, “사장이 원하는 사람에게만 전화온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반면 ‘좋다’고 응답한 이주노동자는 “전화를 5통이나 받았다. 일자리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업주마다 선호하는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있어 집단을 형성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로부터 ‘간택’을 받지 못한다. 이렇게 사업주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구직기간 3개월을 넘기면 이주노동자는 자동적으로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되어버린다.

윤 목사는 “이번 내부지침은 마트에서 진열해 놓은 제품을 이리저리 따져보고 고르는 모습과 흡사하다”며 “고용센터를 방문해 만난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한번도 문자나 전화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혹여 문자나 전화를 받아도 무슨 말인지 몰라 그냥 전화를 끊고, 전화를 다시 해도 이주노동자를 구하지 않거나 다른 나라 사람을 구한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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