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등
그래,
언젠가 그 등에 업혀
고요히 잠들었던 날 있었지
밤 늦게 돌아오는 엄마를 기다리다
까무룩 잠이 들 때나
먼 길 가다 지쳤을 때
나,
그 등에 업혀
소곤 소곤
잠든 날 많았지
그러나
울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느릿 느릿 힘겨웠던 것 같기도 하던
그 등이
어떤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본 것인지
알 수 없었지
아니,
내 마음의 키가
아직은 너무나 작아서
수시로 보채기만 했었지
걸어 걸어 걸어가도
깜깜한 밤길 같은 무섦증을
나,
그 등에 업혀
무사히 건너왔지
만져보면 분명,
묵직한 통증 한 줌
너울처럼 일렁이는 슬픔 한 줌
잡힐 것 같은
그 등,
다시 입을 수 없는
낡은 작업복 같은
주름 잡혀 쓸쓸하게
굽은 등
**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던 어느 시인의 말을 어려선 잘 이해 할 수 없었다.
앞 모습도 아니고 뒷 모습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한 참 흘러 이제 그 말을 조금은 이해 할 것도 같다.
뒷 모습엔 좌절과 절망 속에서 흔들리던 마음이 깃들어 있다.
뒷 모습엔 포기하고 싶거나 도망치고 싶을 때 토닥 토닥 어깨를 두드리는 위로들이 있다.
뒷 모습엔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동지들의 슬픈 눈물이 베어 있다.
그 수많은 뒷 모습들이 만들어 내는 슬픔과 절망과 좌절들이 마침내 웃음으로 변할 수 있을 때까지 아직까진 더 많은 시간들을 우리는 견뎌내야 한다.
아무 쪼록 이 시덥잖은 시가 오늘도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 민중들에게 잠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