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6) 굽은 등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오피니언 > 칼럼 >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뉴스관리툴 2012년08월16일 20시31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6) 굽은 등
낡은 작업복 같은 주름 잡혀 쓸쓸하게 굽은 등

신경현(시인, 노동자) jinbo73@hanmail.net

굽은 등

그래,
언젠가 그 등에 업혀
고요히 잠들었던 날 있었지
밤 늦게 돌아오는 엄마를 기다리다
까무룩 잠이 들 때나
먼 길 가다 지쳤을 때
나,
그 등에 업혀
소곤 소곤
잠든 날 많았지
그러나
울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느릿 느릿 힘겨웠던 것 같기도 하던
그 등이
어떤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본 것인지
알 수 없었지
아니,
내 마음의 키가
아직은 너무나 작아서
수시로 보채기만 했었지
걸어 걸어 걸어가도
깜깜한 밤길 같은 무섦증을
나,
그 등에 업혀
무사히 건너왔지
만져보면 분명,
묵직한 통증 한 줌
너울처럼 일렁이는 슬픔 한 줌
잡힐 것 같은
그 등,
다시 입을 수 없는
낡은 작업복 같은
주름 잡혀 쓸쓸하게
굽은 등


**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던 어느 시인의 말을 어려선 잘 이해 할 수 없었다.
앞 모습도 아니고 뒷 모습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한 참 흘러 이제 그 말을 조금은 이해 할 것도 같다.
뒷 모습엔 좌절과 절망 속에서 흔들리던 마음이 깃들어 있다.
뒷 모습엔 포기하고 싶거나 도망치고 싶을 때 토닥 토닥 어깨를 두드리는 위로들이 있다.
뒷 모습엔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동지들의 슬픈 눈물이 베어 있다.
그 수많은 뒷 모습들이 만들어 내는 슬픔과 절망과 좌절들이 마침내 웃음으로 변할 수 있을 때까지 아직까진 더 많은 시간들을 우리는 견뎌내야 한다.
아무 쪼록 이 시덥잖은 시가 오늘도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 민중들에게 잠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jinbo73@hanmail.net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11) 문을 열고 나가면 거기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12) 다시 겨울이 왔다 - 전 태일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14) 노래는, 그가 처음 부른 노래는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15) 세한(歲寒)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18) 이별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19) 모닥불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0) 풍경소리, 마음속으로 들어오다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1) 내 친구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2) 모른다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3) 당부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4) 마천에서 산내로 가는 지리산 여객 버스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6)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8) 막지마라, 흐르는 눈물을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0) 장마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1) 만수천(萬壽川)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2) 물푸레나무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3) 가을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4) 물들어 가고 싶다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5) 벼를 생각한다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6) 깊어가는 가을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7) 견뎌내야 한다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8) 가을 밤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9) 11월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41) 당부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42) 소주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43) 다시 봄은 오리라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44) 다행히도 나는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45) 간다, 경주 감포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47) 밤차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19523621  입력
다음기사 :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7) 태풍은 어디로 갔나 (2012-08-31 11:30:00)
이전기사 : [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5) 공장지대 (2012-08-03 20:45:32)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