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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8월04일 02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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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맨날맨날 멘붕하는 진냥의 추천만화 (4)
환상의 프리마돈나 - 현실과 환상 그 사이의 열광

진냥(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jinnyang3@gmail.com

[글쓴이 주] 숨어서 보지 말고 소문내면서 만화 보자. 보면서 멘붕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심오해도 괜찮아. 세미나 해도 좋아. 만화책도 책인걸~ 멘.붕.독.서

<환상의 프리마돈나>는 유명하면서도 희귀만화로 불리는 작품이다. 1980년 제주출판사에서 해적 출간된 <백조>, 그리고 1994년 예원사에서 해적 출간된 <환상의 프리마돈나>는 2002년이 되어서야 <백조 SWAN>이란 제목으로 학산문화사에서 정식 출판되었다. 주인공 이름도 다 달라서 1980년 해적판에서는 ‘이은정’으로, 1994년 해적판에서는 ‘한송이’, 정식판에서는 일본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마스미’이다. 여러 번 출판되어 사람들을 혼란 케하는 이 작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환상의 프리마돈나>로 기억되고 있고 나도 1994년판으로 읽었다. 중고품 시장에서도 <환상의 프리마돈나>는 종종 거래되지만 오히려 정식판인 <백조 SWAN>이나 첫 번째 출판된 <백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희귀만화인걸까?

주인공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피하는 대표적인 작품인 <환상의 프리마돈나>는 어린 시절 발레를 배웠던 내게 정말 환상 이었다.(난 소질도 없고 키도 너무 커서 금방 그만뒀다 ㅠㅠ) 동네 발레학원에서 어린이들과 같이 발레를 배운 주인공 송이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전 세계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주 스토리인데 이런 식의 고난-성장-고난-성장 스토리는 한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소재인데다가 등장인물간의 러브러브라인에, 심지어 출생의 비밀까지 있어 나름 모든 흥행요소를 다 갖추었다.

굉장히 비꼬면서 시니컬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니다! 단연코 말하건대, 난 <환상의 프리마돈나> 완전 팬이다. 전권을 다 구매해서 가지고 있는. <환상의 프리마돈나>는 유명한 클레식 발레 작품들을 줄줄이 흝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란신 류의 현대 발레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으면서 작품과 안무가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해주고 있다. 때문에 발레 자체의 매력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책이 다양하지 않았던 당시, 일종의 발레교본으로 쓰였을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환상의 프리마돈나>를 읽고 난 후에 나탈리 포트만 주연 영화인 <블랙스완(2010)>을 보는 걸 추천한다. <환상의 프리마돈나>의 정식판 제목이 <백조 SWAN>인만큼 백조와 흑조가 등장하는 클레식 발레 <백조의 호수>는 <환상의 프리마돈나>에서 가장 주된 스토리를 끌고가는 발레 작품이라 만화 속에서도 각각의 등장인물마다 다른 해석이 등장해서 요걸 읽고 영화를 보면 이해도의 시너지 효과가 슝슝슝 올라간다.

2012년 8월이라는 타이밍에 30년도 넘은 만화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시작 부분에 있다. <환상의 프리마돈나>는 한국에서 국립 발레학교를 설립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발레에서 상대적으로 ‘100년은 뒤떨어진’ 한국에서 국립 발레학교를 세워 한국 발레를 꽃피어보겠다는 위엄돋는 꿈이 그것이다. 콩쿠르에 나왔다가 생각지도 못한 국립학교니 발레종주국이 되는 꿈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주인공들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밤새 잠을 못이룬다.

주인공들뿐만이 아니다. 등장하는 등장인물들 모두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우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늘 자신의 ‘조국’을 의식한다. 콩쿠르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드문드문 “우리나라 선수는 나 밖에 안 남았으니까”, “우리나라의 기대를 난 져 버릴 수 없어”라는 말이 등장하고 무대에 선 얼굴들은 결연한 의지로 빛난다.

요즘 연일 TV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올림픽 말이다. 올림픽에서 꽃피는 국가주의에 대해서는 나 말고도 많이들 이야기해주실 거 같아서 난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발레만화니까 좀 더 집중해서 말해보자면, 발레는 ‘중력에 도전하는 예술’이라고 말해진다. <환상의 프리마돈나>에도 나오듯, 발레는 발레리나의 발끝 즉 점으로 지면과 연결된다. 그 한 점 외에는 모두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지향하는 춤이다. 점프에서도 얼마나 높이, 얼마나 더 긴 시간 동안 떠 있는지가 기술의 핵심이고 움직임 하나하나에서도 허무하리만큼 가볍게, 사람의 몸이 가지는 무게와 중력이 느껴지지 않게 사뿐 거리는 것이 정통 발레의 핵심이다. 그래서 의상도 다들 가볍고 하늘거리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발을 토우슈즈로 꽁꽁 싸매 지면과 접촉하는 면적을 최소화하는,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꿈을 표현하는 예술이 발레인 것이다. 하지만 이에 염증을 느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사도라 던컨. 던컨은 발레 슈즈와 타이즈를 거부하고 발바닥 모두로 지면을 디디는, 인간의 춤을 추겠다고 현대 발레를 만든 사람이다. 그래서 무대에 앉거나 드러눕거나 구르는 동작들이 등장하게 되고 발레리나(여성)이 아니라 발레리노(남성)이 중심이 되는 작품도 등장하게 된다. 주인공 송이는 정통 발레와 현대 발레 사이에서 고민한다. 마치 인간의 역사가 꿈과 현실세계 사이에서 진동해온 것처럼.

[ 턴 아웃의 좋은예 ]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송이의 치명적 결점에 대한 부분이다. 발레에는 턴 아웃(turn-out)이라는 자세가 있는데 태권도 동작의 기본이 기마자세인 것처럼 턴 아웃은 모든 발레동작의 기본이다. 턴 아웃은 발부터 시작해서 다리, 엉덩이 관절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는 동작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자연스럽게 선 자세의 양 발을 11자로 표현한다면 턴 아웃은 골반을 좌우로 열어서 양발을 ㅡㅡ의 형태로 놓고서는 것을 말한다. 송이는 턴 아웃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발레를 배운 사람이었다. 이는 두고두고 송이의 발목을 잡는다. 서양인은 골반 구조상 턴 아웃이 쉬운 반면 동양인은 골반의 각도가 상대적으로 더 좁아 치명적인 결점으로 부각된다.

국내에서 유명한 한 발레리나는 턴 아웃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토록 고통스럽게 턴 아웃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대에서 되도록 뒷꿈치가 안보이게 해서 다리 라인을 더 길어 보이게 하고 옆으로 이동을 더 쉽게 하고 몸과 다리를 분리해 중력을 덜 느끼게 하는 등 여러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사진을 보고 ‘좋은 예’로 생각하기 보다 “우와~ 저게 사람이야?”라고 반응할 것이다. 왜냐하면 턴 아웃은 자연스럽지 않은, 훈련으로 조작된 동작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무용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내 몸이 익숙하지 않은 동작. 강제로
[ 중국의 금메달,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그래도 부러우십니까? 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이미지 ]
찢고 벌리는 매일매일의 고통. 비단 무용뿐만이 아니다. 미술을 하는 사람은 매일 수 시간 동안의 데생 연습, 악기연주를 하는 사람은 손톱이 부서지고 입술이 부르터도 해야 하는 훈련.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역시 하루에 16시간씩 책상에 앉아서 해야 하는 공부...

우리는 왜 이렇게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자연스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서만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게 된 걸까.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걸까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리나 김수진 씨의 발 사진이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적이 있었다. 별명이 나무라고 말하며 웃는 김수진 씨의 모습에 사람들은 그 땀과 노력을 칭송했다. 나는 김수진 씨의 치열한 노력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 그 사람이 이루어낸 것은 대단하다. 하지만! 칭송의 대상은 그.사.람.의.노.력이다. 그런데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이 매일 하는 훈련은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이 원해서 하는 노력일까? 혹은 다른 이의 노력에 장깃돌로 이용되는 걸까? 누구의 꿈이고 누구의 노력인가.

흔히들 말한다. 어릴적부터 훈련하지 않으면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어린이, 청소년일 때의 유연한 몸, 빠른 습득력이 필요하다고, 배움엔 때가 있다고. 하지만 왜? 왜 그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라는 올림픽 정신은 인간 육체가 지니는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도전을 말한다. 하지만 그 도전이 수많은 어린이․청소년들의 시간을 가혹하게 박탈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나이가 적을 때에는 하고 싶지 않았다가 서른 살쯤 되어 발레를 삶으로 선택하고 연습해서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하면 안 되는 걸까? 누군가의 선택권과 시간을 박탈해서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을 성취한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솔트(2010)>에 나오는 안젤리나 졸리와 같이 어린 시절부터 고도의 훈련을 거쳐 살인기계가 된 사람을 보고 불편해하는 감정과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이 보이는 고도로 훈련된 동작이 불편한 내 감정은 어떤 점에서 다른걸까? 인순이의 <higher>를 들으며 고민해봐야겠다.

※ 다시 말하지만, 나는 <환상의 프리마돈나>의 팬이다. 이 칼럼은 디스가 아니라 추천칼럼이라는 사실

진냥(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jinnyang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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