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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정보
사랑 詩 / 60.5cm x 50cm / 캔버스에 아크릴릭 / 2012년 작
작품설명
잡으려 할수록 높이, 멀리 달아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래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나무가 안타까워서 몸 기울이고 손짓하는 곳으로 진심을 다 해 사랑 시를 부쳐야 합니다...! 풍선나무의 둥치는 사랑을 이루는데 부딪치는 현실의 많은 난관들을 의미하고, 둥글고 노랗게 부풀어 오른 잎은 사랑으로 가득 차오른 연인의 마음을, 파란하늘은 이들이 함께 열어갈 희망찬 미래를 뜻합니다.
사랑한다고 말 하고 싶었다
새로운 만남과 이별의 기억으로 수없이 덧칠된 내 마음의 캔버스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아련해진다. 세상을 지탱하는 모든 것들은 시간이 그어대는 포물선 따라 생성과 소멸의 경로를 빈틈없이 거처 가는 게 섭리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온갖 인연으로 얽힌 관계를 키워갈 수록 이별 또한 순리라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그런 인식론은 타인의 이별을 바라볼 때만 성채처럼 견고한 이성이 작용할 뿐이다. 여전히 소유에 대한 집착과 현상의 유혹에 결박당한 나 자신의 경우에는 속절없이 허물어져 내리는 모래먼지일 따름이다.
이별은 필연적이라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관계들이 끊어지는 순간부터 아무리 사무치는 기억조차도 잊혀 진다는 사실은 뿌리치기 어려운 슬픔이다.
나는 늘 내일이어도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마음 때문에 정말 하고 싶던 말 한마디 전할 기회를 자주 놓치며 살았다. 또한 그것을 한탄하고 후회하면서도 습관처럼 과오를 반복했다.
약주 한 잔에 마음이 넘친 아버지가 못난 아들 등에 업혀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부르시던 날 정말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 하고 싶었다.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친구가 먼 길을 떠났을 때도 내 진심은 그런 것이 아니었노라고 말 하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내일 혹은 그 다음날이면 다시 만나서 비 개인 하늘처럼 개운하게 웃음을 나누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들과 급작스런 이별을 한 기억이 많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헤어짐의 문턱에 서서 한번만이라도 사랑한다고 말 했어야 한다는 후회 때문에 더 서러워했다. 어디 사람뿐이랴. 창가에 아껴둔 작은 풀꽃 화분이 밤새 몰아친 폭풍우에 사라졌을 때, 주머니 속에서 낡아가던 손수건을 잃었을 때, 빛바랜 사진이나 그림을 태우던 날, 마지막 이삿짐을 들어내며 작업실의 녹슨 키를 돌릴 때, 서랍정리를 하다 발견한 끝내 부치지 못한 첫사랑의 편지다발을 꺼내 들 때, 예술과 자아를 찾아 방황하던 날들을 목탄 빛깔로 기록한 먼지 낀 일기장을 들춰볼 때조차도 그랬다. 가슴 밑바닥에 고이는 마지막 앙금은 그 삶의 순간순간 마다 인색했던 말 한마디가 후려치는 둔탁한 아픔이었다.
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이 밀물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그리고 마치 영원할 것 만 같은 장엄한 단풍 잔치를 온 산천에 펼쳐 놓다가 홀연히 이별의 노래를 따라 겨울행 기차를 바꿔 타겠지... 이렇게 돌고 도는 계절처럼 다시 만날 것을 아는 이별은 애잔하고 아름다우나, 영영 기약 없는 소멸은 영혼까지 상처를 줄 정도로 아픈 법이다. 화단에서 자라면 화초가 되고, 들판에나 길에서 자라면 잡초가 되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변하고 바뀌는 삶이라면 아픔과 고민도 같이 흘러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쌓이는 이별의 씨앗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나 더 선명한 아픔과 후회로 다가오는 것 같다.
앞으로는 나와 너에게, 우리와 세상 모든 것들과 인연이 겹치는 매 순간마다 정말 사랑한다고 말 하며 뜨거운 이별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