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구 당권파가 5월 2일 발표된 1차 진상조사보고서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징계 결정의 주요 근거로 작용한 1차 진상조사보고서를 폐기해, 사실상 두 의원의 징계 원인 자체를 무효화 하겠다는 의도다.
구 당권파는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포함한 6개 안건을 현장 발의했으며, 이를 둘러싼 구, 신당권파의 격론이 이어졌다. 결국 중앙위원회는 구 당권파의 현장발의 안건을 받아들일지 여부와, 회순 변경 논의만 약 9시간동안 반복한 뒤 폐회됐다.
구당권파, 1차 진상조사보고서 폐기 등 현장발의
통합진보당 2기 지도부는 25일 오후 2시, 백범기념관에서 1차 중앙위원회를 개최했다. 당권이 박탈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제외한 성원 84명 중 79명의 재석으로 중앙위원회가 성사됐으며, 이석기, 김재연 의원도 중앙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중앙위원회에서는 △추천직 부문 중앙위원 인준의 건 △사무총장, 정책위원회 의장, 홍보미디어 위원장, 당원교육위원회 위원장 인준의 건 △중앙당기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예결산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인준의 건 △2기 제1차 당대회 소집의 건 △특별결의문 채택의 건과 관련해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 당권파 측에서는 성원보고 시점부터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중앙위원 재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으며, 1시간 여 동안 두 의원의 중앙위원 자격 관련 논란이 이어졌다. 정회 후 속개된 회의에서 구 당권파는 1차 진상조사보고서 폐기 등의 6가지 현장 발의안을 제출했다.
구 당권파는 △용해랑 인천시당 당기위 당원 제명 및 인천시당 부위원장 후보 자격 박탈 무효 확인의 건 △당규개정(안) △당원 제소 사건 관할 당부 지정의 건 △비례대표선거진상조사 후속조치에 대한 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중앙위원 자격 관련 건 등의 발의하고, 현장발의안 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회순변경안을 제출했다.
특히 구 당권파는 ‘비례대표선거진상조사 후속조치에 대한 건’을 통해, 지난 5월 2일 발표된 1차 진상조사보고서 폐기와, 김인성 교수에게 소명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사실상 지난 5월 당대회적 성격으로 열린 중앙위 결정사항을 포함해, 혁신비대위의 구성과 활동, 당기위 결정들을 부정하는 것으로 혁신파의 반발에 부딪혔다.
강기갑 대표는 “1차 진상조사보고서 폐기 건은 그동안 보고서 결과를 가지고 진행한 최고 의결기구의 결정과 이후 활동, 조치들의 근거를 없애는 것”이라며 “현장발의를 했다고 해서 이 같은 안건을 회순통과 시켜 심의할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동원 의원은 “당헌과 당규에 의한 당기위원회는 당의 규범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독립기구”라며 “당기위의 의결사항을 중앙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독립성 침해”라고 반발했다.
반면 김근래 중앙위원은 “현장발의안건은 회의 규정에 따라 요건이 성립됐으므로, 안건성립여부를 토론하는 것은 당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진보정당의 중앙위원으로서 손가락질 받을 만한 현장발의 안건이 아니다”라며 “당기위가 독립기구라고 하지만, 결정이 민주주의 원칙이나 진보정당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들면 중앙위원회에서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순통과 놓고 진통...26일 의원총회서 제명 결정
사실상 구 당권파가 중앙위원회에서 현장발의안을 통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징계 원인 자체를 무효화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예견된 것이었다. 통합진보당 당규의 재심청구 조항에 따라, 중앙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두 의원의 징계 원인을 소멸시킬 경우 재심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 당권파는 지속적으로 중앙위 이후로 제명 의총 개최를 요구해 왔다. 지난 23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는 구 당권파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제명 의총이 중앙위 다음날인 오는 26일로 연기됐다.
중앙위원의 구성에서 구 당권파가 약간의 격차로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 역시, 중앙위원회에 사활을 걸게 했다. 현재 통합진보당 중앙위원은 강병기 전 당대표 후보를 중심으로 구 당권파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부산, 울산, 경남 지역과 구 당권파 인사들이 과반이상을 점하고 있다.
반면 부산, 울산, 경남이 두 의원의 제명 철회에 적극적인 찬성보다는,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크다. 거기에 신당권파 연합이 최고위원과 중앙위원 등 10명을 지명할 경우, 신당권파가 수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번 중앙위원회에서는 무엇보다 회순변경을 놓고 구 당권파와 신 당권파의 격론이 이어졌다. 구 당권파는 추천직 부문 중앙위원 인준 건 등 최고위원회에서 올린 본 안건보다 현장발의 안건을 먼저 다뤄야 한다며 즉각 표결처리를 요구했다. 이에 신 당권파는 현장발의 안건이 회순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유권해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표결은 불가하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양 세력 간에 고성도 오고갔다. 이상규 의원은 “두 가지 안을 놓고 표결을 하면 되는데 왜 정치적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회의를 지연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이건 꼼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강기갑 대표는 “여기가 어딘데 당 대표에게 꼼수라는 발언을 하나”며 즉각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회의장 안팎에서는 양 세력 간에 고성과 욕설이 오고가는 등의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중앙위원회는 회순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약 9시간 만에 폐회됐다. 강기갑 대표는 11시 경 “최고위원회에서는 이번 현장발의 안건이 민감한 사항이라는 것과, 중앙위원 중에 당기위에 회부 된 분들의 우려에 대해 일정정도 교감했다”며 “최고위원들은 다음 중앙위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통합진보당 1차 중앙위원회 폐회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26일 오전 8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두 의원의 제명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의총에서 두 의원 제명 건이 중앙위 이후로 연기된 것도 김제남 의원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총에서도 구 당권파 측 의원 6명과 신 당권파 측 의원 6명이 제명 여부 입장을 달리하는 가운데, 김제남 의원이 최종 제명 의결 결정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휴=참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