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임시이사제를 마감하고 정이사회로 출범한 대구대학교가 등록금으로 특별상여금을 지급해 "학생등록금으로 돈 잔치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대는 지난 6월 15일 이상희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하여 18년 만에 정이사회로 출범했다. 이에 홍덕률 총장은 "정이사회 출범과 국책사업을 수주함으로써 대학경쟁력을 크게 높였기에 격려의 뜻을 담았다"며 6월 22일 전임교원/정규직원/자체직/계약직(일반)에 봉급의 30%, 외국인교원/산학협력교원/초빙교원/연봉제 계약직원에 연봉의 1.5%, 인턴/조교에게 20만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더불어 재학생에게는 2학기에 선물을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돈의 출처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대구대분회(비정규교수노조)는 24일 오전 11시 대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상여금 출처와 금액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권정택 비정규교수노조 대구대분회장은 "정이사체제 구성은 축하할 일이지만 이를 위해 최소 10억 이상 학교 돈을 뿌리는 행위는 정당한가"라고 물음을 던지며 "대학 재원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쓰지 않는 행위는 그동안의 성과에 먹칠 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비정규교수노조는 지난 2일 성명서를 발표해 홍덕률 총장과 이사회의 특별상여금 지급 결정을 비판하며 상여금 반환을 요구해왔다. 대학본부가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자 비정규교수노조는 10일 ▲특별상여금 출처 공개 ▲특별상여금 지급 결정과정 공개 ▲지금 총 금액과 학생 선물 예정 금액 공개를 요구했다.
18일 일부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학본부는 즉시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대구대측은 "특별상여금 지급 결정이 지난 1월 대학평의원회 심의와 2월 법인 이사회를 거쳐 확정된 예산 중 인건비 항목에서 재원을 마련했다"며 예산전용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리고 특별상여금 지급은 인근대학에서도 사례가 있었다며 "전임교원, 외국인/산학/초빙교원, 정규직원, 자체 및 계약직원, 인턴직원/조교를 비롯해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과 수위 등이 특별상여금의 지급 대상자"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본부는 특별상여금에 대해 문제제기한 비정규교수노조에게는 지급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과 상의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집행 과정에서 학생들 동의를 수시로 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비정규교수노조와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구대에서 18년을 보낸 이한방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은 "우리는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대학본부의 이 같은 태도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학생의 등록금으로 자신들 돈 잔치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재단정상화를 외쳐놓고 비도덕적 행태를 보이는 걸 보면 구재단과 다를바가 없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권정택 비정규교수노조 대구대분회장, 이한방 조합원, 김정선 대구일반노조 대구대지회장, 윤재석(대구대 기계공학과) | | |
동아리 역지사지에서 활동하는 윤재석(기계공학, 3학년)씨는 "학생들 등록금으로 자신들 배불리기 급급하다"며 "학교 구성원으로서 대학본부의 태도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대구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도 학생들은 "홍덕률 총장님 차라리 그 돈으로 주말에 에어컨이나 틀어주세요! 그 전기세 얼마나 아껴보겠다고 주말에 각 과에 나와서 공부하는 학생들 에어컨도 못켜게 합니까? 참 행복한 대구대학교입니다!", "특별상여금 자체도 문제지만, 그 출처가 너무 뻔하네요. 만약 사실이라면 학생으로서는 안주는 게 차라리 나은 선물 아니겠습니까"라는 글을 통해 특별상여금 지급을 비판했다.
환경미화원과 수위에 이르기까지 전업 근무 구성원에게 지급했다는 대학본부측의 주장은 사실과도 달랐다. 김정선 대구일반노조 대구대지회장은 "우리가 7월 15일 받은 돈은 특별상여금이 아니라 작년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지급하라고 명령한 6개월 분 식대였다"며 "우리는 홍덕률 총장이 민주적이고 진보적이라 믿었는데 대학구성원을 등급 매기는 걸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