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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7월18일 15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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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찾은 판화가 이철수 "시장과 싸우는 것이 화가의 소명"
18~29일, 이철수 화백 30주년 대구초대전, “새는 온몸으로 난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 모든 생명은 저마다 온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 18일부터 29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이철수 화백 30주년 대구기획초대전 <새는 온몸으로 난다>가 열린다

이철수 화백 30주년 대구기획초대전
18일부터 29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려

1981년 첫 개인전을 통해 폭압적인 사회에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담아낸 판화를 대중에게 소개한 이철수 화백의 30주년 기획초대전 <새는 온몸으로 난다>가 대구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봉산문화회관에서 18일 오후 5시 작가와의 대화, 6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29일까지 열린다.

이철수 화백이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은 폭압적 정치권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초기 이 화백의 작품을 보면 죽창을 든 농민과 화염병을 든 청년의 모습을 담은 격렬한 작품이 많았다.

이후 80년대 후반 충북 제천에 내려가 농사일을 시작할 무렵부터 이 화백의 작품은 변화를 맞이한다. 불상 등 불교적 가치를 다룬 작품이 등장하고 인간 내면의 성찰을 다루는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9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소비문화, ‘시장’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늘어났다.

이번 작품전에서는 그의 작품 활동에서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80년대 초반 작품부터 최근작에 이르는 114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 밖에 하루하루의 감상을 담아 이철수 누리집 <이철수의 집 www.mokpan.com> 회원들에게 발송하는 전자엽서 ‘나뭇잎 편지’의 작품 50여점도 함께 전시된다.

▲ 17일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철수 화백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철수란 사람의 그림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돌이켜봤으면”
젊은 세대를 향한 메시지,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에서 길을 내”

30주년 작품전의 의미에 대해 이 화백은 “젊은 세대에게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이철수란 사람의 그림을 통해서 돌이켜 볼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 관한 관심을 드러냈다.

“자식세대를 잘 키우려고 애를 쓰기도 했고, 좋은 사회에서 살게 하고 싶다는 열망을 두고 화가 생활도 시작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30년이 지나고 보니까 사회가 우리가 기대한 만큼 변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함께 부채감이 생겼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처럼 척박한 풍토에서 적어도 꿈과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그것조차 잃어버린 시대를 아이들에게 던져준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 화백의 젊은 세대를 향한 메시지는 작품으로도 드러나 있다. 이번 작품전에서도 볼 수 있는 <길을 내>라는 작품은 젊은 청년이 지나온 길을 뒤로 한 채 보이지 않는 길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림 아래에는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에서 길을 내”라는 이 화백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 화백은 이런 작품을 통해 “젊은 세대가 하는 고민에 손에 잡힐 듯한 답을 제시할 순 없지만, 태도나 관점을 흔들고 바꾸는 일에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라며 “선택지가 많은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하니까 젊은이들이 절망하거나 좌절에 빠지기보다는 막연한 대로라도 새로운 길에 대한 단초를 내 그림을 통해서 찾았으면 해요”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값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데 발품을 파는 것만큼 자신들의 마음을 위해서도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 이철수 화백이 작품 전시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새는 온몸으로 난다”까지
“부리부터 발톱까지 온몸으로 새는 날죠”

이번 작품전의 타이틀은 <새는 온몸으로 난다>다. 생전에 이철수 화백과 친분이 깊기도 했던 리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로 우리 사회의 좌우 이념편향을 질타했다. 리영희 선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좌우의 이념편향으로 놓쳐버린 사상, 철학, 사유의 불균형 문제를 늘 염려했다. 이철수 화백이 작품전의 타이틀을 <새는 온몸으로 난다>로 한 것은 리영희 선생에 대한 조심스러운 의문제기와 더불어 새로운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지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화백은 “생전에 리영희 선생님과는 가깝게 지냈었어요. 우리집에도 자주 찾아오시곤 하셨죠. 분명히 살아계셨으면 이번 작품전에도 오셨을 텐데, 오셔서 어떤 통찰이 담긴 말씀을 한마디 해주셨을 텐데... 그걸 염두에 두고 그린 작품”이라며 리영희 선생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죽은 새도 좌우 날개는 있는 법인데 날 수 없고, 어디 한군데 심각한 상처가 있어도 날 수 없는 거잖아요. 실제로 새가 날 때는 부리 끝에서 발톱까지 온몸으로 나는 거고, 온몸의 정신은 생명이라는 것에 있는 거겠죠, 그것을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삼고 한동안 지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거창한 제목의 그림을 그렸죠”

그래서 이 화백의 <새는 온몸으로 난다>는 그동안 그가 주되게 표현했던 선묘 방식의 단순한 형식을 탈피해 상당히 정교하고 디테일한 정밀묘사로 날아오른 새를 표현하고 있다. 리영희 선생이라면 어떤 말씀을 해주셨을까. “지금 여기에서 답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내가 던진 문제 제기, 제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이상의 가치를 내가 이야기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하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니까... 답은 살면서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이철수 화백이 그의 작품 <새는 온몸으로 난다> 앞에서 웃어 보이고 있다.

소비 중심, 시장 중심 문화의 저항
“폭력적 억압적 권력 사라진 자리에 교활한 자본과 돈이 자리해”

앞으로 이 화백이 찾아가야 할 해답을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가 찾고 있는 답은 소비 중심 문화, 시장 중심 문화에 대한 저항에 있다.

이 화백은 “현재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권력이 사라진 빈자리를 교활하고 세련되며, 욕심 사나운 시장, 돈이 차지한 시대”라며 “누구도 예외 없이 세련된 소비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각인된 사회를 살아가면서 시장과 싸우는 것이 이 시대의 화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이 화백은 시장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장을 향한 저항의 해답을 마음과 노동, 땅에서 찾고 있다. 이 화백은 ‘일일부작이면 일일불식’이라던 중국 당나라 시절의 고승 백장스님의 법문에서 답을 찾았다. “노동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고, 일과 생활, 삶과 마음공부라고 하는 수행을 따로 보는 사람에 대한 경고나 견책의 의미가 컸을 거라고 생각해요”

“힘들고 지쳐서 스스로를 종잡기가 어려운 현실일수록 오히려 마음을 챙기는 일이 의미 있어야 하고, 의미 있을 것”이라는 이 화백의 생각을 담은 작품도 이번 작품전에서 만날 수 있다.

이 화백의 2011년 작품 <백장법문>에는 “땀 없이 먹고 사는 삶은 빌어먹는 것만도 못하다. 호미 끝에 화두를 싣고 밭에서 살아라. 일은, 존재의 숙명이지. 거기서 생명의 들고 나는 문을 발견하지 못하면 헛사는 일이다. 호미 놓지 말아라!”라는 문구와 함께 호미를 든 아낙의 뒷모습이 붉게 그려져 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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