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군데군데서 “이순신이요” “나대용이요” 하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렇죠.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은 이순신이나 나대용 같은 거북선을 만드는 일에 대표했던 사람들이죠. 하지만 실제로 거북선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아마 노비들이었거나 백성들이 만들지 않았을까요?”
노동사각지대에 처한 청소년 노동자들
63.7% 최저임금 보장 못 받고, 18.5% 장시간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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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오전 9시 대구 달서공업고등학교의 2학년 반에서 청소년 노동인권교실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 | |
17일 오전 대구 달서공업고등학교(달서공고) 2학년 교실에서 난데없는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이날 달서공고에서는 졸업 후 또는 졸업 전 실습생이란 이름으로 노동현장에 투입되는 실업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인권교육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실(노동인권교실)’이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양극화와 빈곤층의 확대로 청소년의 노동시장 참가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지 못한 실정이다.
2009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일하는 청소년의 63.7%가 법정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5명 중 1명꼴인 18.5%의 청소년들이 주 48시간 이상의 초과근로 한도를 넘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과 퇴직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 등의 적응은 현격히 떨어져 심각한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에서는 현장 실습생이었던 김 모(18살) 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 모 학생은 24시간 주야 맞교대와 잔업, 특근으로 이어지는 장시간 노동환경에 방치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 1월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 기아차 광주 공장에서 실습생에 대해 총 15억 9천만에 달하는 수당 및 상여금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 주관, 전교조, 인권운동연대 등 지역 인권, 노동단체 강사단으로
“학교에서는 교육받지 못했던 것들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날 진행된 노동인권교실은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와 대구시 교육청 취업지원센터에서 주관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노동상담소, 인권운동연대, 희년공부방,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지역 인권, 노동단체는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단’으로 강의에 나섰다.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 참교육실장은 “광주, 인천 등에서 잘못된 현장 실습 관행으로 말미암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구에서도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지역의 인권, 노동단체와 공감이 되었다”며 “3년 전에 대구서부공업고등학교에서 한차례 노동인권 교육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것을 되살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강사단으로 참여하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은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조사관은 “인권위는 지난 2010년 노동부와 교과부에 청소년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를 했고, 2009년부터 부산과 광주 등지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단’을 운영해오고 있었다”며 “교과부가 실업계고에 대한 취업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검증되지 않은 사업장에서까지 학생들이 일하는 상황이 발생해 노동의 가치와 인권, 권리 등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고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구지역 노동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조사관의 말처럼 검증되지 않은 대구지역 영세사업장에서 청소년들을 싼 임금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취업률만 강조하는 특성화고 정책 때문에 영세사업체에서는 이주노동자를 쓰는 대신 더 값싼 노동력인 청소년들을 쓰려고 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지원금을 볼모로 한 강압적인 취업률 경쟁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학생들을 취업전선에 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노동인권교실은 달서공고 한 개 학교에서 진행되는데 그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 조사관은 “학기가 마무리되는 6월말부터 교육청 취업지원센터와 연계해 신청을 받아서 신청기간이 늦은 감이 있었다”며 “다음 학기부터 주되게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일 달서공고 산학협력부장은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 이유에 대해 “3학년의 경우에는 사이버 연수를 통해 노동인권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인턴 등으로 사업체에 가게 되는 2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었던 차에 노동인권교실 프로그램이 있어서 2학년을 대상으로 신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의를 들었던 달서공고 2학년 이민수 씨는 “몰랐던 노동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학교에서는 교육받지 못했던 노동3권이나 부당한 일에 대해서 대응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