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국민노총1인이 2013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4860원. 경총은 이마저도 인상률이 너무 높다고 하소연 한다. 한 시간 일해서 밥 한끼 먹기 힘든 최저임금을 어떻게 봐야할까? 뉴스민은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목소리, 최저임금제도의 허와 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1) "280원 인상? 그지같은 최저임금 반대"
(2) 청소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바라보는 최저임금
(3) 최저임금제도의 역사와 한계
(4)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안찾기
"밥 뭇나" 밥 먹었냐고 묻는 경상도 사투리다. 잘 지내는지 묻는 일종의 안부인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밥 먹고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밥 한끼 사먹는 일이 망설여진다면 잘 못 지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딱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물었을 때 밝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지난달 30일 2013년 최저임금이 4,860원으로 결정 났다. 지난 3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전국 시도광역시의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이 5,378원, 비빔밥 한 그릇은 6,123원, 직장인 평균 점심값 6,007원이다. 한 시간 일해서는 2012년 최저임금 4,580원으로도, 280원 인상된 2013년 임금으로도 밥 한끼 사 먹을 수 없다.
"280원 올랐다구요? 못 해도 5천 원은 넘어야죠..."
최저임금제도는 법적으로 '최소한 이만큼 임금 이상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비정규직, 청소년, 여성,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곧 당장 손에 쥐는 임금이다.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몰려있는 대구 성서공단 노동자들의 경우도 최저임금은 곧 실질임금이다. 지난 6월 성서공단 노동자, 주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성서공대위)가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서공단 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은 4,848원 이었다.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최저임금 4,580원에도 못 미친다.
설문에 응답한 노동자들이 바란 2013년 최저임금은 평균 6,920원이었다. 2013년 최저임금이 4,860원으로 결정났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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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0원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답변이다. 성서공대위는 2013년 최저임금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7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진행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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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0원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답변이다. 성서공대위는 2013년 최저임금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7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진행했다. | | |
최저임금 결정이 나고 성서공대위는 설문에 응했던 노동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돌아온 답변은 "그지같은 최저임금에 반대합니다", "불만족...아직도 5천원도 안되니 한숨이 절로 납니다", "못 해도 5천 원은 넘어야죠...휴..." 등의 반응이었다.
문자로 최저임금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답변한 87명의 노동자 중 83명이 내년 최저임금에 만족하지 못했다. 또, 2일부터 3일간 진행한 거리 설문조사에 응한 869명 중 822명이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김용철 성서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물가는 뛰는데 고작 280원 인상은 삭감에 가깝다"며 "자본과 정부가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노동자들만 죽어난다"며 최저임금위원회 해산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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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공대위와 노동자들은 4일 성서공단 역 앞에 모여 최저임금 규탄 한마당을 진행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결정 무효, 생활임금 보장"의 목소리를 높였다. | | |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성서공단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최저임금 인상을 넘어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4일 오후 노동자들은 성서공단역 앞에 모여 '최저임금제 폐지, 생활임금 보장'의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최저임금 4,860원' 선전물을 보는 노동자들의 얼굴은 수심이 가득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