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둥, 둥. 세 번의 북소리가 울리면 두 줄로 걸어오던 사람들이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굽히며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그대로 엎드려 절을 했다. 대구 기상청 자료를 보면 이날 대구는 올해 들어 최고기온인 33.5도를 기록했다. 지면온도는 32.4도. 아스팔트 위는 그보다 훨씬 뜨거웠다.
4일, 대구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어머니, 아버지들이 대구 교육청 앞에 모였다. 무릎과 팔꿈치에는 보호대를 한 상태였다. 이날 대구지역 (예비)학부모들은 “6개월째 8명이 죽어간 어린 영혼들에 같은 부모의 심정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고, 아이들을 경쟁교육에 몰아넣을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의 성찰과 저항의 표시로 3보 1배에 나서게 되었다”며 대구시 교육청에서 수성동에 있는 우동기 교육감의 자택까지 약 1km 거리를 3보 1배로 행진했다.
이들은 3보 1배에 나서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와 학교 내의 차별을 없애는 시작은 의무급식”이라며 “전국적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무급식이 대구에서 시행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동기 교육감의 차별적 교육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평등학부모회 회원인 김광미 씨는 “중학교 2학년 딸아이를 둔 엄마”라며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교육이란 굴레 속에서 아이들이 병들거나 무기력하거나 일탈하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버리는 일까지 잦아졌다”고 밝히며 3보 1배에 함께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모든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얻어서 잘 사는 것이 한평생 이뤄야 할 지상과제가 되어버린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그녀는 “교육청에 부탁드린다”라며 “자괴감과 무기력함에 빠진 아이들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학부모를,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버린 선생님들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우동기 교육감의 자택까지 가는 3보 1배 행렬은 하굣길의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학교를 마치고 하교를 하던 최원빈, 여사랑, 심민서, 최예지, 최예윤 등 초등학생 5명은 3보 1배 행렬을 발견하고는 목적지까지 행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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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보 1배 행진대열에 하굣길 초등학생 다섯명이 동참했다. | | |
우동기 교육감의 자택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최원빈 씨는 행렬에 동참한 이유에 대해서 “의무급식해달라고 3보 1배 하는 거라고 들었다”며 “우리도 동감한다. 우리 학교는 밥값을 내고 밥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여사랑 씨는 3보 1배를 하고 있는 학부모들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며 “집에 가면 우리 부모님에게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있던 심민서 씨는 “대구는 정말 너무 한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보탰다.
우동기 교육감의 자택에 행렬이 도착하자 이들 다섯 명은 3보 1배를 한 학부모들에게 힘찬 박수와 환호로 응원을 보냈다.
3보 1배를 마친 김광미 씨는 절을 할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뿐이었다”며 3보 1배를 한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