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의 전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이 전국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예정되어 있던 3일 조기매진으로 열띤 관심을 입증했다.
대구는 지난 6월 28일부터 독립영화 전용극장인 동성아트홀에서 <두 개의 문>을 상영이 시작됐다. 동성아트홀에 영화 배급을 책임지고 있는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는 “흥행속도가 빠르다. 일단 11일까지 상영 예정되어 있지만 7월 말까지는 연장 상영할 예정이다”며 “더 많은 관객이 찾는다면 더 오래 상영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남 대표는 “아무리 작품성 좋은 독립영화도 경우 하루 10명 정도 관람객이 찾는 데 반해 <두 개의 문>은 좌석점유율이 50%가 넘고, 주말에는 거의 매진”이라며 “특히 감독과의 대화가 예정된 3일에는 이미 오래전에 표가 매진되었다”고 전했다. 3일 저녁 7시 <두 개의 문> 상영 이후 김일란 감독과 대화의 시간이 진행됐다.
영진위에서 제공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13일차인 지난 3일까지 전국적으로 18,090명의 관객이 <두 개의 문>을 봤다. 같은 시기 <워낭소리>의 누적관객 수 41,789명에 비하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남 대표는 “영화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차이”라며 “동성아트홀에서 <워낭소리>를 1만명이 봤다. <두 개의 문>은 3천명까지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제가 ‘용산’이기 때문에 대구의 멀티플렉스 관에서는 상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살펴보면 <워낭소리>의 경우 관객 1만을 넘긴 8일 차부터 상영하는 스크린 수가 이전보다 두 배 정도 오른 20개로 늘고, 상영횟수도 급증했다. 1개 스크린에서 평균 3.6회 영화를 상영하는 꼴이었다. 대구도 전체 15개 관에서 상영했을 정도로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늘어났었다.
하지만 <두 개의 문>은 관객 1만을 넘긴 9일 차 상영 스크린 수가 24개로 <워낭소리>보다 많았으나 1개 스크린 평균 1.7회 상영하는데 그쳤다. 이는 <워낭소리>의 경우 대형멀티플렉스 관에서 앞다퉈 상영을 한 것에 비해 <두 개의 문>은 멀티플렉스 관에서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에서는 현재까지 전체 201석 동성아트홀에서 하루 한 번 상영하는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두 개의 문> 개봉 일주일 뒤에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이 개봉 첫 날부터 997개 스크린에서 4,939회 상영된 것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은 대구 전역 76개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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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동성아트홀에서는 <두 개의 문> 상영과 김일란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날 동성아트홀에서는 3년전 용산에서 큰 부상을 얻었던 김영근, 지석준 씨에 대한 탄원서와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인 천주석 씨게 보내 엽서가 준비되었다. 김영근, 지석준 씨는 7월 10일부터 항소심 재판을 받는다. | | |
<두 개의 문>...“개입할 것인가, 방관할 것인가”
90여분간 진행된 김일란 감독과의 대화시간
한편, 조기에 표가 매진된 3일에는 많은 시민이 영화를 감상하고 감독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동성아트홀을 찾았다.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러 왔다는 강민영(22, 여) 씨는 “용산참사가 일어났을 때 너무 화가 났었다. 우리도 희생자들과 똑같이 국가의 공권력에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되도록 많은 사람이 영화를 봐서 우리도 그들과 같은 처지에 처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용산참사에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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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동성아트홀에서 김일란 감독(가운데) 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되었다. 대화시간은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왼쪽)의 사회로 <두 개의 문> 코디네이터인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과 함께 진행됐다. | | |
이날 영화상영이 끝나고 9시부터 진행된 김일란 감독과의 대화는 약 90분 동안 진행됐다.
김 감독은 “지방에서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갖는 것은 대구가 처음”이라며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감독과의 대화시간에는 “영화 개봉을 지금 한 이유”, “영화 내용에서 철거민들의 증언을 배제한 이유”, “참사 유가족들의 반응” 등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시종일관 “어떻게 하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 6명의 죽음이 모두 같은 의미가 있으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바뀐 현실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요지의 대답을 했다.
김 감독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영화를 개봉하게 된 이유에 대한 물음에 “철거민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2010년 11월쯤에 났다. 그 과정에서 다큐를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재판 자료를 사용해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가 재판과정에 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늦추다 보니까 지금 개봉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여전히 구속수감 중인 철거민들이 있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3년이 지났더라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감독은 철거민들의 이야기는 배제한 채 당시 진압 작전에 투입된 경찰특공대 대원들의 이야기를 주되게 보여준 이유에 대해서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경찰특공대원들이 증인석에 나와서 증언을 할 때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눈여겨보고 있었다. 당연히 철거민들을 비난하는 말을 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도로 훈련받은 특공대원들이 공포와 방황을 이야기했었다”며 “철저하게 짜인 작전에 따라 진압에 들어갔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망루 내부 구조를 몰랐다’, ‘진압작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다’, ‘두려웠다’, ‘지옥 같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이 그 진압작전이 얼마나 무모했고, 잔인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특히 화재의 원인을 검찰은 화염병으로 지목했지만, 특공대원 중에서는 ‘화염병을 못 봤다’거나 ‘화염병인 줄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화재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사 질문에 5초 정도 망설인 후에 ‘농성자에게 있다’고 대답한 경찰의 5초간의 망설임에 진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개의 문>을 본 유가족의 반응을 묻는 말에 김 감독은 이상림 열사의 부인 전재숙 씨가 격려해 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는 “처음에는 유가족들이 우리 의도를 오해하지 않을까, 서운해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어머니(전재숙 씨)께서 ‘내가 아무리 옳다고 해봤자, 한번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한테는 어거지로 밖에 안 들릴 텐데 경찰 이야기를 통해서 역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아서 좋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두 개의 문>의 제목에 대해서 많은 분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주시는 것 같다”면서 “저희가 생각한 <두 개의 문>의 의미는 용산참사를 목격한 목격자들, 우리들이 사건에 개입할 것인가, 방관할 것인가를 의미했다. 영화를 보고 왜 그들에게 무심했을까, 잊었을까를 생각하시기보다는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