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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6월26일 11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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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 명예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 잘 칠거야"라던 딸
[기고] 일제고사를 앞두고 딸 아이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

손소희(공공운수노조 대경지역지부) 00dk@hanmail.net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날짜를 알게되던 날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아들과 딸에게 "일제고사 치지말고 체험교실 갈까?" 하고 물었더니 아들이 "이번에 시험 안 치면 00고등학교 못간다"는 짧고 굵은 한마디가 돌아왔다.

이어 딸은 "엄마, 국가적 학업 성취도 시험인데 왜 안쳐? 난 학교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할거야.. 내가 전국에서 몇등이나 하는지도 궁금해...그리고 나만 이상한 아이 취급받는거 싫어.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잘칠거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달여가 지난 지난 6월21일 목요일 동대구역앞에서 공공운수노동자들의 문화제가 한창일때 딸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엄마 내일 학교안가면 안돼? 학교 안가고 싶어"라고 말하는 딸에게 "왜? 왜 학교 안 가고 싶은지 엄마한테 말해야지...그냥 안 갈 순 없잖아"

"선생님이 못외우면 손바닥을 때리고 걸상을 들고 있게 하는데, 내가 못하는 걸 선생님은 자꾸 하라고 해서 너무 힘들어 학교 안 가고 싶어"

"그게 일제고사 시험 잘 치려고 하는거야?"

"26일 시험이라서 매일 한 시간씩 남아서 공부하는데, 못 외우거나 많이 틀리면 더 남아서 나머지 공부하라고 해. 하루에 두 시간씩 외워도 못 외우겠는데 자꾸 외우라고 해"

난 '아이에게 너의 마음을 선생님께 전달해야된다. 그냥 학교를 안 가면 선생님은 네가 왜 그런지 네 마음을 몰라주고 다음에 또 그런일이 있을테니, 지금 이야기를 하자. 엄마가 선생님께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네가 용기를 내줘야 한다'고 설득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안 가겠다던 아이도 엄마말을 따라주기로 했고 밤 늦은 시각 딸의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저는 일제고사를 반대하지만, 우리 딸은 국가적으로 학업성취도를 확인하는 시험이라서 학교명예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잘 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름 동기부여가 되어 공부하겠다는 아이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저는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오늘 전화가 와서 내일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시험준비하면서 문제를 틀리면 체벌을 하셨는지요?"

선생님은 "일제고사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막아내지 못하여 어차피 치는 시험이니 열심히 해서 잘 쳐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잘 할거라는 기대로 야단을 쳤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시험때문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인데, 너무 성실하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성실히 하라는 뜻에서 한 것입니다. 꼭 시험때문만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선생님, 일제고사라는 상황이 없다면 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겠지만, 외우는 것이 쉬운 아이도 있고, 어려운 아이도 있고, 아이들마다 기질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데 성실성이라는 것은 무슨 잣대로 이야기를 하시는것인지요? 우리 아이가 공부는 못할지 몰라도 집에서는 개밥과 물을 챙기거나 엄마아빠 심부름을 하거나 방청소를 하거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자신이 맡은 바 책임을 다 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집에서는 아이들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시험을 잘치고 못 치고 만으로 이 아이들이 평가받아야 하지요? 그 아이는 다른걸 못해도 다른 걸 잘할 수 있고, 구성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선생님은 시험성적을 중시 여기실지 몰라도 우리집은 성적때문에 아이들을 야단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지금 못하면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했지요. 설사 우리아이가 꼴등을 해도 우리집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일등을 하지 못하고, 일등을 위해서 아이들이 피해보거나 희생을 당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공부보다 더 가치있는 일들도 많다고 생각하니까요. 일제고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선생님이 잘 알고 계시면서도 결국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공부 잘하기를 강요하고, 그것이 결국 선생님이 평가를 잘받기 위해 아이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결과를 낳고, 아이와 부모와 교사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는 꼴이 되지 않습니까? 선생님, 저희 아이들은 일제고사를 반대하기 위해 무단결석처리를 하면서 체험교실을 가거나, 하루 쉬거나 하면서 피해를 감수하였습니다. 교육자로서 바르지 않은 교육을 강요하는 이 입시경쟁제도에 대해 양심을 져버리지 마시고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용기를 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처음엔 조금 언짢아 했지만 나의 의견에 일정하게 동의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더 문제를 키우지 않기위해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한번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나는 선생님께 "요즈음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학교폭력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교실에서 누군가 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일상적으로 맞고, 야단을 맞는 아이는 자멸감을 느끼고, 구경하는 아이들은 그 아이에 대해서 동정심이 아니라 편을 가르기도 하지 않느냐. 선생님의 체벌은 한아이를 훈육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사이를 갈라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 체벌하지 말아주세요. 우리아이 뿐 아니라 최소한 성적때문에 아이들을 체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끝으로 "요즈음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부모와 상의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을 겁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엄마 입장에서 반응하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에게 조차 마음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무례를 범해서라도 아이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선생님도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십시오. 아이의 단점은 저도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도 아이의 상한 마음을 풀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과 통화에서 차마 할 수 없던 말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일제고사로 고통받게 하지 말아주세요. 교육기관과 학교는 선생님을 압박하여 공부시키고 공부한 결과가 선생님의 평가로, 학교의 평가로 나타나 결국 선생님들을 괴롭히겠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은 존경받는 교육자의 양심을 저버리지 말고 옳지 않은 교육현실에 대해 저항하셔야 합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선생님의 정의로움에 감동받고 자신의 옳고 그름의 가치를 키우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입시경쟁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손소희(공공운수노조 대경지역지부) 00d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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