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사람과 문화-좋은시 보급운동 펼쳐온 시하늘

"많은 이들이 좋은시 읽었으면 좋겠다"
뉴스일자: 2012년06월09일 05시09분

해 질 무렵 시집 한 권 씩 손에 든 이들이 수성못 앞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인터넷 까페 시하늘(cafe.daum.net/sihanull)에서 여는 시 낭송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매 달 첫째주 목요일마다 진행한 시하늘 낭송회는 177회를 맞았다. 7일은 지난달 시집 <나무가 걸어오네>를 출간한 박창기 시인의 시를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박창기 시인
박창기 시인은 시하늘 까페지기이자 이들이 펴내는 계간지 '시하늘' 편집인이기도 하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낭송회가 177회를 맞았으니 족히 15년 이상은 이어져 왔으리라. 좋은시를 찾아 함께 나눠 읽는 계간지 <시하늘>도 66호를 발행했으니 시에 대한 이들의 꾸준한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 낭송회가 열리기 전 짬을 내 박창기 시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레스토랑 밖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짧은 시간에도 낭송회 참가자들이 들어섰다.

그는 1996년부터 좋은 시를 보급하고 싶어 시하늘 전신인 '주머니 속의 행복' 발간을 시작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자비가 많이 들어 갔으나 현재는 전국에 후원회원 800여 명을 확보하고 있어 계간지를 발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단다. 종이로 된 책도 잘 안 읽는 요즘 태세에 시보급에 어떻게 앞장섰냐고 물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시를 읽고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0년대 간첩혐의로 중앙정보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무혐의로 풀려 났으나 그 때 이후로 억울함과 화를 삭이고 시로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연유를 말했다. 시를 쓰는 것보다 시를 읽는 것이 더 어려울수도 있는 요즘 왜 좋은시 보급운동에 앞장서는지도 궁금할 따름이었다.

"좋은 말씀이 실린 글귀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을 여유있게 만든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책 읽을 것을 권하는 어른들이 실상 책을 잘 안 읽는다. 그래서 좋은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를 함께 나눠 읽자는 거다"

그가 시작한 계간 <시하늘>은 '좋은시 보급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독자가 직접 뽑은 시와 시조, 시하늘 까페 회원들의 시를 담는다. 까페 시하늘은 회원수가 4900명에 다다른다. 이들은 시낭송회 이외에도 '달빛산책', '시몰이'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좋은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어릴적 즐겨 읽던 시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 시들은 난해해서 독자들로 부터 외면당한다. 혼자만 아는 시, 독자가 외면 하는 시가 아닌 누구나 쉽게 접하고 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가 좋은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쉽게 읽히는 시라고 해서 시시하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가 생활에서 멀어지는 순간 시는 생명은 읽는다"고 말했다.

시낭송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시집을 펴들었다. 그렇게 여름밤 시는 그들의 마음 구석구석을 어르고 있었다.

종아리를 걷고
발가락을 길게 내리고
나무가 걸어오네
어깨엔 사려 깊은 손들이 여럿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나무가 걸어오네
걸어오는 나무를 쓰러뜨리는
오만의 인간, 그 앞에
쓰러지며 또 걸어오네
곁에 서고 싶은
나무가 걸어오네
하나 둘도 아닌 여럿의
나무가 걸어오네
나무가 걸어오네

-나무가 걸어오네, 박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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