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만나다] 아들 졸업식도 휴가 못 낸 급식 노동자

4일, 2013년부터 5만원 인상안 합의...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의 노동환경
뉴스일자: 2012년05월07일 09시00분

▲ 지난 3일, 교육청 앞에서 급식 조리원들이 '여성노조 파업투쟁 승리, 교육감 직접고용 쟁취, 비정규직 철폐'를 구호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늘(7일)부터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되었다.

지난 4월 30일, 학교 급식 조리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 이들은 월 9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며,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다행히도 지난 4일, 파업 5일 만에 각 학교 교장과 2013년부터 임금 5만 원 인상안에 합의하고 파업을 마쳤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고 싶다”던 바람대로 오늘(7일)부터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밥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임금 5만원 인상안에 합의 했지만, 이들이 받는 임금은 1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올해 9월부터 신설되는 각종 수당을 합치면 100만원을 겨우 넘기는 임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수당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이 100만 원 이하다.

근무시간 좋고, 방학 있는 좋은 직장?
"처음 일 시작할 때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른 여사님들이 존경스러워"

혹자들은 말한다. 급식 조리원 만큼 편한 일이 어디 있냐고. 그만큼 근무시간 좋고, 방학도 있는 좋은 직장이 어디 있느냐고. 실제, 처음 조리원으로 일을 시작 할 때까지만 해도 이신화(가명) 씨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9년째 급식 조리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녀는 “처음에 일 시작할 때는 시간대도 좋고, 방학도 있고 하니까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까, 다른 여사님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신화 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급식 조리원들은 외부 시각과는 다르게, 강도 높은 노동현장에서 적은 임금과 식당 아줌마라는 하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들의 하루는 아침 8시 출근으로 시작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출근한 그녀들은 조리복으로 갈아입고, 대략적인 청소와 식판, 수저 등 식기류의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 위생 관념이 철저해지면서 이신화 씨는 “900여장이 넘는 식판을 한 장씩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신화 씨가 근무하는 학교는 교실급식을 하고 있어서 학급당 각 하나씩의 밥, 국통과 평균 4개의 반찬통을 가져다가 급식을 한다. 때문에 그녀들의 노동에는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하는 학교에서는 하지 않아도 되는 200여개의 배식통 세척, 정리 작업과 각 학급에 급식을 운반하는 작업이 더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학교의 조리원 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건 아니다. 교육청에서 제시한 적정조리인원 수치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조리원 1인당 130~140명이다. 이 씨의 학교는 조리원 7명이 학생 927명의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1인당 담당인원이 132명으로 수치 범위 안에 있다. 책상에 앉아 정한 ‘적정’ 수치는 그들이 처한 노동 현장의 특수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이마저도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여성노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급식 조리원들은 평균 140~150명의 급식인원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상시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이 씨는 “우리 학교는 1학년 중 절반만 급식을 해왔는데, 올해부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급식을 하게 됐다”며 “조리원 인력 충원을 요청했더니, 1학년 급식 안하면 1명 짤라야 할 판 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 "서러운 비정규직 투쟁으로 끝장내자" 유급휴가가 있어도, 대체근무자를 못 세우면 아들 졸업식 조차도 참석하지 못하는 노동조건에서 이들은 일하고 있다.

아들 졸업식도 갈 수 없었다

최근의 친환경, 유기농 열풍도 이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채소류의 경우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벌레나 이물질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들을 골라내는 작업도 이들의 몫이다.

오후에도 일은 여전히 많다. 각 학급마다 가져다 놓은 배식통을 다시 조리실로 가져와야 하고, 식기구 세척을 해야하고, 잔반을 처리해야 한다. 이 씨의 학교에서는 70kg짜리 말통에 두통 가득 잔반이 나온다. 잔반을 처리하고, 식기구를 세척 하고, 지난해 현대화 공사를 해서 절반 가량 넓어진 조리실을 청소하고 나서 5시가 되면 이 씨는 퇴근을 한다. 집에 돌아가면 온몸은 천근만근이고, 남편과 아이들의 저녁식사도 준비해야 한다.

한명, 한명이 빡빡하게 아이들의 급식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이들 중 한명이라도 빠지는 날이 있으면 큰일이다. 집안에 일이 있거나 아파서 결근을 하게 되면 반드시 자기 몫의 대체근무자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동료들이 2배, 3배의 노동강도를 감당해야 한다. 때문에 이들에게 주어진 유급휴가 6일도 있으나 마나하다.

이런 노동조건 덕분에, 이신화 씨는 올해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 함께 근무하는 조리원 중 이 씨를 포함해 3명의 아이들이 졸업을 했다. 이 씨를 제외한 두명은 대체근무자를 세우고 휴가를 썼지만, 이 씨는 대체근무자를 구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들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서로 책임 미루는 교육청과 학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급식 조리원들이 이 씨와 비슷한 환경에 처해있다. 지식교육 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는 학교에서 이렇듯 어려운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이 있지만 교육청은 여전히 수수방관이다.

올해 초부터 “교섭당사자는 교육감”이라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잇달았지만 급식 조리원을 비롯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단체교섭을 교육청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리원 파업에서도 교섭은 학교장들과 이뤄졌고, 교육감은 2선에 물러나 “학교장이 교섭 당사자”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교육청과 학교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병들어 간다. 파업 집회에서 “노동자가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던 누군가의 말은 여전히 교육청과 학교 밖에서만 울리고 있을 뿐이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