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석의 신비한 우리말 산책 (21)

<tool>과 <돌>, <베-틀>
뉴스일자: 2015년06월13일 11시03분

     tool [tuːl]  ① 도구, 공구, 연장.
                      ② (대패·송곳·선반 따위의) 날 부분; 정; (속어) 나이프·포크·스푼류
                      ③ (목적을 위한) 수단, 방편; 앞잡이
                      ④ 도구로 만들다[세공하다];  정으로 다듬다(깎다); 공작 기계를 설비하다.
                      ⑤ (구어) 걸어 돌아다니다; 차를 몰고 다니다. (마차·차 따위)를 몰다; 탈것으로 나르다

여기에 소개한 현대 영어 [툴-] 즉 <tool>은 현대 한국어로 <돌>이라고 필자는 추정한다. 학교 다닐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내용 혹은 눈에 가시가 박히도록 읽은 인류의 발전사는 분명 석기(石器) 시대로부터 시작되었기에 그러하다.

석기(石器)란 말 그대로 ‘돌’을 기물, 즉 공구나 연장으로 사용했다는 것으로 우리네 조상들은 상대적으로 인지가 덜 발달했던 시대에는 돌을 대강 깨어 칼이나 망치로 삼았으니 이때를 타제석기시대 혹은 구석기시대라 부르고 있으며, 인지가 좀 더 발달하고부터는 돌을 보다 더 단단한 돌에 문질러 갈아서 정교해진 돌-도구[석기]를 만들어 사용했으니 이 시기를 마제석기시대 혹은 신석기시대라 부르고 있다.

▲석기 [사진=조선대학교 박물관]

인류학에서의 이러한 규명들은 끌개, 밀개, 돌칼(석검), 돌-화살촉, 돌-보습과 같은 세계 각지에서 발굴된 석기시대의 각종 풍부한 유물들을 통해 그 이론적 뒷받침을 삼고 있음이니 구리와 같은 금속이 나오기 전의 인류는 {도구/공구/연장}으로서 ‘돌’을 사용하였음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겠다.

{도구/공구/연장}의 원형적 모습으로서의 ‘돌’ 곧 현대 한국어 <돌>이 이러한 문명적 함의와 동일성을 지님은 한반도의 여러 지역에서 발굴되어지는 풍부한 구석기 시대 유물에서 그 명백한 증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때는 유럽 학자들이 구석기 문명은 유럽에만 존재하였다고 생각하면서 아시아 지역은 구석기 유물 즉 문명이 없는 미개한 지역으로 취급했던 적도 있으나, 1978년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서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이래 충청도 공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수 천점을 넘는 다양한 구석기 유물이 출토됨으로써 한반도에도 일찍부터 고대문명이 태동하였음이 드러났으니 바로 이러한 사실적 배경으로부터 우리는 한국어 <돌>이 영어 <tool>과 기원적으로 동일한 것임을 추론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지난번에도 소개한 바 있는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발굴된 볍씨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임을 공인받고 있으니 이로써도 한반도 문명의 유구함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하겠다.

▲베틀 [사진=미리벌박물관]

[돌][톨][툴]이란 음운에서의 모음적 변이형태를 고려하면 [틀]이란 말소리도 <돌>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틀>이란 어휘가 영어 <tool>과 마찬가지로 {도구/공구/연장}의 뜻으로 나타나는 것에는 베를 짜는 기계(도구)인 <베-틀>, 옷을 박음질하여 만드는 기계(도구)인 <재봉-틀> 그리고 비교적 현대어인 <날-틀 ‘비행기’> 등이 있겠다.

위에서 예시한 <tool>의 단어 뜻 가운데 ⑤ {걸어 돌아다니다}가 있다. 이 의미로는 “돌아다니다”의 <돌->이 <tool>과 음운적 동계 관계에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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