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만도(현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에서 2010년 해고된 추모(44) 씨는 최근 전라도 광양의 고향 친구 연말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해외 파견업무를 마치고 오랜만에 귀국한 친구 환영을 겸한 술자리였다. 경북 경주서 광양까지 거리가 멀더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교통비 8만원이 아까워 참았단다. 그는 4년6개월의 해고 생활은 ‘생활고로 어렵다’는 한마디에 담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했다.
추씨는 “친구들이 차비 준다고 오라고 했는데도 못 갔다. 길에 뿌리는 교통비만 8만원이다. 그 돈이면 우리 3인 가족이 장 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한다. 그게 무서워서 친구를 보러 가지 못했다”면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내가 심장 판막교체 수술을 두 번이나 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그러나 중학생 아들 변변한 학원도 보내주지 못하고 남편마저 벌이가 시원찮으니 먹고 사는 끼니 걱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 걱정이다”면서 “주변에서 도움을 받지만 계속 의존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5만원, 7만원 가지고 일주일을 버티나 보름을 버티나 고민하며 산다. 그 정도로 어렵다”면서 “해고 생활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원 판결문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코웃음 쳤다.
해고자 신모 씨도 맞벌이를 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며 “발레오만도의 불법 행위를 인정한 판결이 없어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약자인 해고자는 내치고 흑자 내는 회사 사정만 봐주는 법원은 썩을 대로 썩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고등법원 제11민사부는 최근 추씨와 신씨 등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해고자 15명이 사측을 상대로 임금지급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해 원심 판단을 유지해 항고를 기각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2010년 7월 사측의 직장폐쇄 등 노조파괴 공작에 항의하다 해고된 15명에 전원에 대해 지난해 5월 부당해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부당해고 판결 이후 해고자들은 “사측으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한 이후 지금까지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해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인당 매월 7일 150만원의 임금 임시 지급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올해 1월 해고자들의 임금지급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사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채권자(해고자)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채권자들에게 채무자(사측)를 상대로 임금을 임시로 지급할 것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있음이 명백하고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본안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가처분으로 임금의 지급을 명하지 않으면 채권자들이 생계유지를 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되거나 소송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될 염려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민주노총 울산노동법률원 정기호 변호사는 “대법원서 부당해고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데다가 발레오만도는 충분히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향후 확정판결이 나면 임금 미지급분을 집행하면 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지급가처분 사건은 부당해고 판결이 난만큼 해고자의 사정을 봐서 최소 생계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 하는 데, 법원이 회사 사정만 놓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고자인 정연재 전 발레오만도지회장도 “법원은 해고자들이 생활의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기가 차다. 장기간 해고 생활로 아파트 살다 평수 줄이고 전셋집으로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법원 판결은 매우 편향적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어도 발레오만도 노사 문제에서 대구와 경주에 있는 재판부는 수많은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일이 없다”면서 “노측의 가처분 신청 사건은 1~2년 시간 끌고, 사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은 40일 만에 결정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