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석의 신비한 우리말 산책 (17)

연구개음 재구성의 문자적 증거
뉴스일자: 2014년12월20일 21시20분

agree  합치하다■일치[부합]하다■조화하다■맞다■일치[호응]하다■동의(승낙)하다
        마음(의견)이 맞다■사이가 좋다; 합의하다.
   =  [a - gr - ee]   아귀  “아귀가 맞다” (합치․일치)

지난 회에서는 영어단어 <agree>가 현대 한국어 <아귀>와 기원적 동일성의 관계에 있음을 살펴보았었다. 그 때 소개하려했으나 두서가 없어 빼먹은 것이 있는데 아래에 보인 agree의 부사 형태와 그 한국어 대응 <기꺼이->라는 말이다.

이 ①과 같은 어휘비교가 가능함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립적 모음 앞에 연구개음(g․k)을 재구성할 수 있음에 기인하고, 재인용한 아래의 수메르어라든가 아이누어와의 비교 등을 통해서도 필자의 이러한 음운추론이 일반적 타당성을 지님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이러한 연구개음(軟口蓋音) 재구성이란 방법론이 문자적으로도 입증이 된다는 점을 보이려고 한다. 그것은 [읍]으로 읽는 <邑>이란 문자의 구성을 통해서 알 수 있음이다.

‘urb’이란 단어는 10만 단어 정도를 관찰해본 필자의 관점에 의할 때 분절 ②와 같이 ‘개음절’인 2음절로 분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보는 근거를 이 자리에서 모두 말하기는 그렇고, 이 책을 읽어나가는 가운데 필자가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음운적 요체를 통해,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실은 음운이론편을 통해 어휘의 형태론적 분석에 관해 집약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둔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만 말하면 분절 ② <ur-b>에서의 ‘r’은 제1음절에 속하여 일종의 ‘떨림’성질 내지 ‘후굴(後屈)’성질을 띤다는 것이고, 그러한 성질이 소멸하면서 ③의 밑줄 친 바와 같은 폐음절 과정을 거쳐 <읍(邑)>이란 현대어 1음절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분절 ②는 제1부에서 적용한, 모음[자립적 모음] 앞에 연구개음(g/k)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바로 그 방법론을 적용해 ④의 밑줄 친 <*(k)ur - p>로 환원해볼 가능성을 가진다.

이 ④줄의 재구성 <*(k)ur - p>는 제1음절 초성이 연구개음으로 된 형태이고, 제2음절 ‘P’는 독립된 개음절로서 이 제1음절과 결합하여 다음절어휘 즉 2음절어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현대영어 <urb>에서의 /b/ 곧 ‘P’는 현대어 표기상에서는 사라지고 없지만 그 본래형태에서는 모음 성질을 동반한 <pa> 또는 <pu>와 같은 형태이다.   

이러한 점을 적용해 ④의 재구성을 다시 표현하면 아래의 ④’와 같다.

현대영어 <urb>의 연구개음적 재구성 형태로서의 이 ④’는, 다름 아닌 {고을, 서울, 국도(國都), 영지(領地)}의 뜻으로 쓰는 [읍]의 문자표기 <邑>을 통해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문자 ‘邑’의 구성을 보자.

  ⑤     口 (구)   +   巴 (파)    ⇒    邑  (읍, urb)    
  ④’    * (k)ur     -      ‘Pa’     ➜   ur - Pa / ur - p   =  <urb>

⑤줄을 통해 보다시피 오늘날 [읍]으로 읽는 문자 ‘邑’은 <口(구)>와 <巴(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읍(邑)>과 대응하는 <urb>의 본래 형태로 ④’의 <* (k)ur-‘Pa’>를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문자의 분석을 통해서도 앞의 제1부에서 적용한, 모음[자립적 모음] 앞에 연구개음(g/k)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음운적 방법론이 타당함을 입증해보일 수 있다 하겠다!

한편 위에서의 재구성 ④’는 다시 아래의 ⑥과 같이 나타낼 수도 있다.

이 재구성 ⑥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즉 제2음절 <*Pa>를 <*P‘r’>로 나타냄은 현대어 ‘urb’의 제1음절 <ur->에 어렴풋이 그 형태가 남아있는 원형적 모음으로서의 떨림성질 ‘R’로 소급한다는 의미로서, 원형적 모음성질을 이와 같이 추정하는 문제는 필자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차차 알게 되고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와 관련 있는 어형 재구성으로서, 지난 글에서 소개한 어휘대응 하나를 재인용하는데 그치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pride  ‘자랑하다■과시하다‘    ←/  * 재구성  pr -(k)i - de   =   <뻐기다>

현대어 ‘urb’ 즉 개음절 분절 ②를 이처럼 원형적 모음 ‘R’로 나타낸 ⑥의 <* (k)ur - P‘r’>로 환원함으로써, ‘읍(邑)’ 곧 <urb>은 아래 ⑦줄에 적은바 ‘서울’의 중세 고어와도 기원적으로 동일한 어휘임을 추론할 수 있게 된다!

이 ⑦줄에 나타낸 음운추이는 연구개음 /k/가 구개면(口蓋面)을 따라 구강(口腔)의 앞쪽으로 이동하게 된 전향(前向) 작용의 결과 /‘sh’/ 즉 [ʃ]로 된 것으로, 이러한 음운변화를 상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지명으로는 충남 부여의 옛 이름 ‘사비’성, 경북 상주의 옛 이름 ‘사벌’, 경주의 옛 이름이자 신라(新羅)의 옛 이름인 ‘서라벌’, 경북 영양의 ‘수비’, 그리고 신라가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 곧 사비성(城)에 설치했다는 ‘소부리’주(州) 등이 있다.   

이와 같은  k →  ‘sh’ 변화는 중세 프랑스어에서 키케로(kikero)를 ‘씨쎄로’라고 한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 가지 더 첨언할 것은 이 ⑦줄에서의 ‘sh’ 형태보다 앞선 ⑥의 /k/ 형태로는 <구포>, <구미>, <구파-발(벌?)> 등과 같은 지명을 생각해볼 수 있고, 분절 ② [ur-p] 형태로는 <우포>, <우보>, <아포>, <의무려> 등과 같은 지명을 추정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1)

이와 같이 필자의 핵심적 음운이론인 연구개음 재구성의 방법론을 적용하면 역사기록에 등장하는 지명의 비정 문제라든가, 이와 밀접한 관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민족의 이동 경로 및 그 강역을 설정하는 문제 등등에 있어 지금까지 밝히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도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⑥줄 및 ⑦줄에 적은 바와 같은 연구개음 /k/의 전향화가 지명이나 나라 이름과 연관하여 드러난 사례를 보이도록 하겠다.

⑧ 또는 ⑧’가 지명 내지 나라이름으로 실현되었으리라 여겨지는 것으로는 아프리‘카’, 자메이‘카’, 스리랑‘카’, 모잠비‘크’, 데살로니‘가’ 등등이 있으며,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도 이 [ka] 계열의 지명이 산재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예를 들어 멕시‘코’나 니카라‘과’와 같은 나라이름이나 오악사‘카’, 팔렝‘케’, 아카풀‘코’, 타바스‘코’, 캔터‘키’ 같은 이름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ka] 계열의 지명에 해당한다 하겠다.

⑨⑨’ 등에서와 같은 기저음 /k/의 전향화에 의한 지명이나 나라 이름들도 찾아보면 무수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1) 여기 나열한 지명들 가운데 <구미>, <의무려>는 제2음절 변화 ‘P’ → m이 고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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