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천병석의 신비한 우리말 산책 (7)

‘귀’와 ‘ear’
뉴스일자: 2014년05월31일 02시19분


현대영어 <ear>에 연구개음(g․k)을 재구성하면 위 ①줄에 나타낸 것처럼 현대 한국어 <귀>가 된다.

이처럼 <ear>는 그 본래 형태가 어두에 연구개자음성질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그 자음성질이 탈락한 현대영어 [iər]는 원동북아시아문자(한자) ‘耳’의 한국 현대음 [이]나 중국 현대음[ěr (으 r)]와 대단히 유사한 점에서 <耳>도 본래는 [귀]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미약하나마 떨림 성질로서의 전동성 ‘r’이 보존된 <耳>의 현대 중국음 [ěr (으 r)]가 현대영어발음 [iər]와 유사한 점도 [이] 즉 <耳>의 원형태가 <귀>였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재구성①과 같이 어두에 연구개음(g․k)을 재구성하는 문제는 2014.1월에 펴낸 필자의 졸저에서 언급했던 “모든 음절(독립)적 모음 앞에는 연구개음(k․g)을 재구성할 수 있다!”라는 음운원리를 상기할 수 있을 터인데, 영어(English)의 음운변천사 가운데 이 재구성 ①을 지지하는 사례가 실존함을 통해서도 이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하겠다. 아래에 ㉮줄로 나타낸 현대 영어 <year>의 변화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의 줄과 ①의 줄은 공교롭게도 그 형태에서 ≪원형(圓形)≫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사람의 몸에 붙어 있는 “귀”의 그 둥근 귓바퀴 모양은 완벽한 원(圓)인 “태양”과 형태상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앞 제6편에서 살펴본, {바꾸다(바뀌다)}의 뜻으로서 한국어 <갈다>와의 대응이었던 영어 <alter>의 근간 [al-]이 ‘태양’을 나타내는 말인 점, 그리고 이 [al-]이 태양이 가진 그 둥근 형태성의 어휘로서 새들이 낳는 <알>로 실현되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arc>/<arch> 또한 그 연구개음 재구성으로서 ‘원을 그리는 제구(祭具)’인 <규(規)>와 대응어 관계일 것으로 추정하게 되는 근거 역시 이 단어들의 모태가 천구(天球)로서의 ‘태양’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영어 <ear>의 어두에 연구개음을 재구성해 그 본래 형태를 ①의 <*(g)ear>로 추정함에 대한 또 다른 증빙은 실존단어 <hear>를 통해 찾아질 수 있다!

즉, 재구성① <*(g)ear>에서의 연구개 자음 /g/는 영어 음운사를 비롯한 각 나라의 언어현상에서 기식음 /h/로 되는 보편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기초해 ②줄의 <*(h)ear>라는 다른 형태를 다시 추정하면 {듣다․들리다}의 뜻인 현존 단어 <hear>로 곧장 연결되므로 ‘ear’를 <*(g)ear>로 소급 재구성할 수 있음에 대한 음운적 타당성을 이를 통해 증빙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원형태 ①의 <*(g)ear>로부터 변화한 <ear>는 “귀”라는 명사적 어휘로 된 것이고, 원형태 ①의 <*(g)ear>로부터 변화한 <hear>는 “듣다․들리다”의 동사적 어휘로 된 셈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드라비다어 <gurru> 역시 ‘ear’의 재구성 형태 ① 즉 <*(g)ear>에 대한 또 다른 음운적 증빙이 될는지도 모른다. 

드라비다어 <gurru> 및  현대영어 <ear>간의 음형태적 유사성은 영어음운사에 등장하는 ≪음위전환(音位轉換)≫ 현상을 참고함으로써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하여 위의 재구성①을 다시 표현한 다음, 이를 ㉯줄의 드라비다어와 다시 비교해본다.

⑴줄에 보인 음위전환적 재구성 형태 셋 중 어느 하나를 거쳐 ‘ear’의 재구형 <*(g)ear>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마지막 세 번째의 밑줄 친 <*(g)er - a>가 드라비다어 <gurru>와 어형적으로 비교하기가 수월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두 재구형태가 드라비다어 <gurru>와 어휘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시 말해 드라비다어가 되었든 고대영어가 되었든 말들의 가장 이른 형태상에서는 -필자의 책 음운론에서 말한바와 같이- ‘떨림’성질이자 반모음(半母音)으로서의 /r/이 자음에 결부된 ≪자음 + ‘r’ (음절핵)≫이 말소리의 최소 단위로서의 음절(syllable)이 실현되는 방식이므로, 위의 ⑴줄의 첫 번째 내지 두 번째 재구형이 세 번째의 것보다 더 오래된 형태에 해당하고, 이들은 드라비다어 ‘gurru’의 여기에 적지 않은 고(古) 형태와 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모음(半母音)으로서의 /r/이 자음에 결부된 원형적 음절 형식 ≪자음 + ‘r’ (음절핵)≫에 대해서는 향후 <pride>/<grade>등을 통해 설명할 기회를 가질 것인데, 이 단어들을 조금만 살펴보자면 아래 글상자에서와 같이 한국말과 기원적으로 동일한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원경식 교수님의 ≪영어음성학․음운론, 탑출판사(1990)≫에서는 ‘r’의 이러한 모음(음절핵)적 성질에 대하여  “모음 앞에 있는 /r/은 모음과 유사한 이동음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위의 단락에서 한국어 <귀 ‘耳’>와 대응하는 현대영어 ‘ear’의 재구형 <*(g)ear> 및 드라비다어 <gurru> 간의 어형적 유사성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했던 -영어 음운사에 존재하는- ≪음위전환(音位轉換)≫ 현상에 대하여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겠다.

영어(English) 음운사에서 논해지는 ‘음위전환(音位轉換)’을 간단히 설명하면 본래는 모음 앞에 있던 /r/이 모음의 뒤로 가게 된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동서양 언어의 기원적 동일성이란 관점에서 수 만 단어 이상을 관찰한 필자의 음운관으로서 표현하면 “원형적 음절실현에 결부되었던 떨림 성질로서의 ‘r’이 그 긴장성에서 이완이 발생함에 따라 야기된 일종의 모음 하강(下降) 현상이다!”로 말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r’이 결부된 원형적 음절 실현은 조금 전에 선보인 <pride> 및 <grade> 등의 한국어 대응을 통해서도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하겠다.

결국 영어 음운사에서의 음위전환(音位轉換)은 떨림 성질로서의 ‘r’에 발생한 조음운동적 변화로 동서양의 어휘들을 비교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음운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할만하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언급할 것임을 말해둔다.

‘태양’을 어휘적 모태로 삼고 있다고 말한, 앞에서 소개한 영어 단어 <arc>/<arch>는 다음의 ㉰로 적은 바와 같이 색상어 <적(赤)>으로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태양’으로부터 색상어가 가능함은 영어 <alter>의 근간인 [al-]이 ‘태양’으로서 그 둥근 형태성의 어휘로는 새들이 낳는 <알>로 된 반면, “붉다”의 색상어로서는 터키어 <al>로 나타난 점을 참고할 수 있다.

무지개의 ‘-지개’나 <규(規)>, 그리고 <적(赤)>/ <곡(曲)> 등이 본디 동일 기원어일 가능성에 주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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