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성. 그렇다. 그곳은 가히 성(城)에 빗대어도 좋을 만큼 웅장했고 아름다웠다. 누구도 밟지 않은 푸른 잔디. 흰색 다이아몬드 옆으로 밀려난 하얀 눈. 그리고 그 눈 위로 반사돼 반짝이는 햇볕까지... 그곳은 우리 모두를 충분히 이승엽, 박찬호로 만들어줄 수 있는 마법의 성 같았다.
지난 6일 일요일 우리 원피스팀은 달콤한 주말 늦잠을 포기하고 이른 아침부터 성주군 선남면으로 달려갔다. 최근 완공을 마친 그곳 대경베이스볼파크(볼파크)에서 시합이 예정되어 있었다. 금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경기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12월 말 대구경북 일대에 14cm 가량 폭설이 내린데다 한파까지 겹쳐 제설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 7시 50분 “2013년 원피스 첫 경기가 잡혔다”는 감독의 메시지는 한동안 겨울잠에 빠져 있던 팀의 메시지창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상대는 지난해 10월 10회까지 가는 혈전 끝에 8대8 아름다운 무승부를 기록했던 질풍가도. 승패를 가려야 한다는 양 팀의 승부욕이 2013년 첫 경기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날 볼파크에서는 우리 경기를 포함해 4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고, 그 중 우리 경기가 제1경기로 볼파크에서 열리는 첫 번째 시합이었다. 때문에 이번 경기는 지난번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10회까지 하는 욕심을 부릴 순 없었다. 사회인 야구 정규이닝인 7회 또는 경기 시간 1시간 5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이번에도 승부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이날 나는 3루수, 1번 타자로 출전했다.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 염려스러웠지만, 이날 오더는 참석 예정이었던 선수 한명의 펑크로 9명으로 겨우 이룬 빡빡한 오더였다. 경기 중에 통증이 오지 않기를 희망하며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초반은 지난 10월 경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1회초 상대 공격을 가볍게 3자 범퇴로 막은 우리팀은 1회말 2점을 선취했다. 하지만 곧이어 상대가 2점을 쫓아와 3회까지 3대2. 그때까지만 해도 또 한 번 아름다운 무승부를 기록하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4회와 5회 우리팀은 연달아 4~5점 대량 득점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상대는 선발 문정환 선수에 이어 3회부터 던진 최창진 선수의 호투에 밀려 1점을 더하는데 그쳤다. 결과는 12대3, 경기는 6회초 상대 공격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나는 이날 4타석에서 안타 3개를 쳤고, 출루할 때마다 홈을 밟았다.
두 번째 경기 만에 대승을 거둔 우리팀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대?”, “경대?”를 외쳤다. 매주 주말마다 연습을 했던 경북대 운동장에서 추가 연습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 순간만큼 우리 모두는 전 국민이 염원하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히딩크 감독의 심정이 너무나 쉽게 이해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