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범죄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 <범죄소년>

뉴스일자: 2013년01월05일 03시30분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도 영화관에서 일찍 판을 접은 <범죄소년>. 영화는 범죄소년 장지구와 17년 만에 아들 지구를 만나러 온 장효승 사이의 관계, 그리고 이들의 범죄와 가난의 대물림을 조명한다.

‘범죄소년’은 법률적으로 존재하는 용어로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하며 형사책임을 진다’고 나타난다.

절도 등으로 범죄소년이 된 지구는 보호관찰 중이다. 지구는 다시 절도죄로 소년원에 들어가고, 유일한 가족인 병든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소년원에서 17년 만에 자신 앞에 나타난 엄마를 만난다. 효승은 지구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실은 자신의 집도 아니다. 아는 동생에게 신세 지고 있다. 직장도 변변치 않다. 알고 보니 효승 역시 절도에 능했다. 한 번의 동침으로 지구를 가지게 됐고, 아버지에게 맡기고 집을 떠난 후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구와 효승은 의정부로 떠나 여관 달방 생활을 시작한다. 효승은 지구의 여자친구가 열여섯에 임신하고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서 지구를 떠난다.

영화에서 효승은 무책임한 엄마다. 돈도 없고, 절도도 심심찮게 저지른다. 마땅한 직장도 찾지 못한다. 이리저리 지인들에 얹혀 살 궁리하기 바쁘다. 하지만 아들 지구를 본 후부터 지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딱 한 번 만나고 이름도 잊어버린 지구의 아버지, 찾아갔을 때 죽어버린 자신의 아버지. 혈육은 지구 하나뿐. 그뿐이랴. 신세 지던 후배에게도 욕먹고 나와야만 했던 무책임한 그녀. 영화 후반부에 들어서면 그녀는 아들과 함께 살고 싶어 술집에 일을 나가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사실은 17세 비혼모에 대한 냉담한 사회적 시선,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미완성이 아니었다. 지구의 여자친구가 미혼모보호센터에 거주한 기관을 제외하고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전무하다는 사실. 영화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효승은 일할 곳을 찾기 어렵고, 지구는 학교를 벗어나니,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이다.

기초생활수급자, 탈학교 청소년, 실업자에 대한 지원책이 전혀 없는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범죄의 대물림, 비혼 출산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이 이어진다. 17년 전 지구를 낳고 따가운 사회적 시선 속에 살아온 효승의 삶과 지구의 17년 후의 삶과 다르지 않다면 너무 절망적일까. 해법이 있을까. 영화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답이 없이 콱콱 막힌 세상이 돌아온다. 부의 대물림이 쉽듯, 가난의 대물림은 쉬워도 너무 쉽다. 영화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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