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뮤지컬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삶의 정거장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노래
뉴스일자: 2012년12월08일 06시32분

이따금 내 서정의 나이를 의심할 때가 있다. 몇 살 차이나지 않는 같은 20대와 노래 이야기를 할 때다. 특히, 故 김광석의 노래에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때. 최근 모 케이블TV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출연자가 부른 <먼지가 되어>로 김광석의 노래를 처음 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멋쩍었다.

흔히, 문학은 시대를 담는다고 말한다. 노래 또한 마찬가지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70년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저 서정이 담긴 노래에 그쳤을지 모른다. 시대가 노래를 만들기도, 노래가 시대를 반영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30일 어쿠스틱 뮤지컬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첫 공연을 시작했다. 김광석이 태어난 곳, 김광석 벽화가 그려진 대구 방천시장의 소극장에서 열린 공연은 그가  생전 1000회를 채운 소극장 공연에 대한 오마쥬였다.

교복을 입고 나타난 고등학생, 중절모를 눌러 쓴 할아버지, 두 손 꼭 맞잡고 앉은 중년 부부, 20대 연인 등 다양한 이들이 자리를 빼곡이 채우고 있었다. 청춘의 꿈을 노래하던 <나의 노래>와 서른 문턱에 다다른 불안을 노래하던 <서른 즈음에>,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다시 일어나자고 외치던 <일어나>, 한 평생을 함께 산 옆지기를 추억하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떠올리듯이 그의 노래를 찾는 세대도 다양했다.

2시간의 러닝타임은 빠르게 지나갔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음직 했을 상황과 그에 안성맞춤인 김광석의 노래가 빠르게 지나갔다. 누구는 소주 한 잔을 생각하기도 했을테고, 어떤 이는 지난 첫사랑을 떠올리기도 했을테다.

짝사랑에 뒤 돌아설 때 <외사랑>이, 군 입대를 앞두고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등병의 편지>,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할 때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서글픈 이별 앞에서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관객들은 2시간 동안 저마다의 기억 속에 있는 그의 노래를 추억하고 있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그의 노래가 남아 있을까. 포크송이 인기를 잃어가던 90년대에도 김광석은 소극장, 대학축제 등 그를 찾아주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노래를 불렀다. 문민정부의 등장과 사회주의권의 붕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갈 길을 잃은 이들. 그의 노래가 이들에게 해답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타 하나 들고, 하모니카 입에 물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이야기를 나눈 작은 체구의 김광석은 삶을 다독이던 정거장이었다. 청춘, 꿈, 사랑, 이별 등 누구나 정차하는 정거장에 섰을 때면 어김없이 다독여주던 노래.

2시간이라는 제한적인 시간 동안 그의 노래를 꽉 채워 들려주려 했던 욕심이었을까. 뮤지컬은 아쉬운 구성과 상황 전개가 드러나기도 했다. 김광석의 노래가 없었다면 큰 흠이 됐을 테지만 그의 노래가 그 흠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한 가지 남는 아쉬움이 있다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시기 그가 불렀던 고민이 담겨진 노래가 빠졌다는 점이다. 그의 목소리로 울린 <광야에서>와 <타는 목마름으로>는 대중성을 고려한다 치더라도 무리가 없었으리라.

공연은 내년 1월 6일까지 대구에서 열린다. 궁금하면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2019137#Tab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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