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들의 토크쇼,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10일, 반빈곤마당 <놀러와> 열려...
뉴스일자: 2012년10월11일 14시16분

“나 하기는 싫고, 남 주기도 싫은 이성 같다” 뭘 이야기하는 걸까. 힌트 하나 더. “20대에는 앞산 처럼 금방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30대가 되고 나니 넘으려면 마음을 ‘단디’ 먹어야 하는 지리산 같다” 뭘까. 정답은 ‘빈곤’이다. 나도 하기 싫지만, 그렇다고 남도 줄 수 없는 것. 20대에는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30대에는 그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

▲ 10일 저녁 7시 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빈자들의 토크쇼, <놀러와>가 열렸다.

10일 저녁 7시, 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빈자들의 토크쇼가 열렸다. 반빈곤네트워크는 오는 17일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10.17빈곤철폐의 날 맞이 반빈곤마당 <놀러와>’를 진행했다.

반빈곤네트워크는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반빈곤주간을 선포했다. <놀러와>는 반빈곤주간 첫 번째 행사로 노동자, 철거민, 노점상인, 노숙인, 장애인 등 빈곤의 문제를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하며 빈곤의 문제를 다뤄보자는 목적으로 계획됐다.

반빈곤네트워크는 “우리들 스스로가 각자의 빈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우리 삶을 통해 빈곤의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며 행사 목적을 밝혔다.

행사는 ‘빈곤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 내리기’, ‘내가 빈곤하다고 생각이 들 때’,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선거정책공약’ 등 삶에서 대면하게 되는 빈곤의 얼굴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빈곤 당사자들의 입을 빌어 듣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참석자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는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노래한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의 노래’를 떠오르게 했다. 참석자 중 다수가 ‘내가 빈곤하다고 생각이 들 때’를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로 풀어냈다.

한 참석자는 “지금의 소득으로는 연애를 하는 것이 부담이 너무 커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결혼 자금은 모았느냐는 어른들 물음이 싫어 명절이 두렵다”고 밝혔다.

빈곤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이들 뿐만 아니라 연애를 하고 있고, 결혼한 이들에게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재 연애 중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여자친구가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주지 못할 때 빈곤함을 느낀다”고 했고, 결혼해서 딸을 두고 있다는 참석자는 “장모님이 아이를 봐주는데, 아이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자동차를 ‘한번만, 한번만’하고 타보자고 부탁하던 손녀를 보시곤 저한테 ‘자동차 사내’라고 하시더라”며 “아이한테 변변한 장난감 하나 사주지 못할 때 빈곤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저생계비 계측하는 위원들이 그 돈으로 살아보게 하자”

이어진 빈곤 해결을 위한 선거정책공약에서는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보다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공약들이 쏟아졌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 난방 취약층이 많은데 현재 그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연탄쿠폰제가 고작”이라며 “기름, 가스 등 최소한의 난방비를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이 일하는 공익근무요원이 한 제안”이라며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 위원들이 의무적으로 한 달 동안 자신들이 결정한 최저생계비로 생활해보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박기홍 성서공단노조 조직국장은 “최저임금이 최저의 임금 수준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임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창진 진보신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기본소득제에 대해서 설명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이어온 반빈곤 행사 중 가장 웃음이 많은 행사였던 것 같다”며 “빈곤 당사자들이 빈곤 문제를 해결을 위해 함께 연대하도록 하자”고 마무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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