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맨날맨날 멘붕하는 진냥의 추천만화 (8)

나츠메 우인장 - 놓는 것이 얻는 것
뉴스일자: 2012년09월29일 02시00분

<글쓴이 주> 숨어서 보지 말고 소문내면서 만화 보자. 보면서 멘붕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심오해도 괜찮아. 세미나 해도 좋아. 만화책도 책인걸~ 멘.붕.독.서

미도리카와 유키의 <나츠메 우인장(夏目友人帳)>은 요괴이야기다. 올 5월에 13권이 나왔고 2008년 7월부터 9월까지 제1기가 TV 방영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1~3월에 제4기 격인 '나츠메 우인장 사'가 방송되었다. 그래서 나는 만화책이 원작격이지만 3권까지 보다가 이후에 애니로 갈아타 버렸다. 이유는 단 하나, 사진에 보이는 야옹선생이 그림으로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게 훨씬 더 귀여워서! 하지만 귀여운 고양이인형인 모습과 달리 야옹선생의 본모습은 포스가 느껴지는 백색의 상급 요괴다.

야옹선생은 평소 땐 고양이인형에 깃들어 주인공 나츠메와 같이 살고 있다. 사람들은 그저 귀여운 고양이로 알지만 요괴를 볼 수 있고 요괴와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주인공 나츠메와 야옹선생은 티격태격하곤 한다. 어릴적 나츠메는 요괴와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끔찍하게 생긴 요괴를 보고 하루 종일 울거나, 요괴인지
▲ 애니메이션은 야옹선생의 귀여운 꼬리가 움직이는 모습이 훨씬 더 귀엽다. 아래는 야옹선생의 원래 모습
모른 채 이야기를 나누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시선을 받기도 하며 점차 성격이 어두워졌다. 심지어 단둘이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혈혈단신으로 먼 친척집을 전전하게 되면서 늘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조심히 살아간다.

친척들이 모두 ‘이상한 애 따위는 맡고 싶지 않아요’라며 나츠메를 맡길 꺼리는 중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어 친척이라 말하기도 힘든 사람이 나츠메를 맡겠다고 나선다. 그렇게 이사 오게 된 동네에서 나츠메는 우연히 동네가 할머니 레이코가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줄줄이 요괴 이름이 적혀 있는 책, ‘우인장’을 발견하게 된다. 우인장을 찾은 후부터 동네의 온갖 요괴들이 나츠메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레이코~ 이름을 돌려줘~”라고 말하며.

나츠메의 할머니 레이코도 요괴를 볼 수 있었다. 사람과 좀처럼 친해지지 못했던 레이코는 대신 요괴들과 소통했다. 눈에 띄는 요괴들과 닥치는 대로 내기를 하고 싸웠다. 강력한 요력을 가지고 있던 레이코는 대부분의 내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레이코는 요괴를 없애거나 퇴치하는 대신 자신에게 진 요괴들의 이름을 우인장에 적었다. 우인장에 이름이 적힌 요괴는 우인장 주인의 말을 들어야 했다. 우인장은 그야말로 수많은 요괴를 부릴 수 있는 레어템(희귀한 물건)인 것.

우인장을 갖게 된 나츠메는 수많은 요괴들의 표적이 된다. 야옹선생 역시 우인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요괴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츠메가 요괴들을 만나 이름을 돌려주고 싶다고 하자 흥미로워하며 “그러다 죽을 테니 네가 죽으면 우인장은 내 차지다!”라며 나츠메와 함께 지내게 된다.

▲ 요괴에게 이름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나츠메가 이름이 적힌 입에 물고 '후~'하고 호흡을 뱉어야한다
요괴에게 이름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나츠메가 요괴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뜯어 입에 물고 집중하여 “후~” 하고 호흡을 뱉어야한다. 그 사이 나츠메에게는 요괴의 기억 한 조각이 스며들어온다. 나츠메를 키워준 할머니 레이코와 요괴의 추억 어린 기억이다. 레이코는 우인장에 요괴를 가두어둔 것이 아니었다. 우인장(友人帳)은 ‘친구의 이름을 적은 책’이었던 것.

「아아, 오늘도 안 불러주는 거야?」

요괴들의 기억은 말하고 있었다. 레이코가 요괴들의 힘을 빼앗고 구속한 것이 아니라고. 요괴들은 레이코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마치 휴대폰이 없던 시절 친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빼곡히 적어두던 작은 수첩처럼 레이코는 친구들의 이름을 우인장에 적어 두었던 것이다.

요력이 강한 레이코는 퇴마사가 될 수 있었다. 늘 악몽에 시달리고 사람이면서도 사람보다 요괴와 더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 나츠메도 요괴를 원망하고 혐오하게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코는 요괴와 친구가 되기를 희망했고, 나츠메는 요괴와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고민한다. 그리고 나츠메는 할머니를 대신하여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을 요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할머니는 죽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름을 돌려준다. 그럴때마다 요괴는 옛 추억을 들려주며 고맙다고 인사한다. 또, 맛있는 음식을 들고 오거나 고민을 이야기하러 찾아오기도 한다. 동네 친구처럼.

▲ 나츠메는 요괴들의 이름을 되돌려주고, 요괴는 나츠메에게 추억을 들려주며 친구가 된다.

「한 번 사랑을 받으면, 사랑을 해버리면, 다시는 잊을 수가 없는 거야.」
 
인간의 삶에 비교하면 불멸에 가까울 정도로 오랜 기간을 살아가는 요괴. 그리고 그 요괴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며 점차 그 능력을 잃는다. 서로의 삶이 스치는 짧은 시간의 기억. 그 기억을 요괴와 인간은 각자 잊지 않고 오래전에 받은 선물의 포장지 마냥 고이 접어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 포장지 하나하나의 향내가 나는 듯한 애니메이션 <나츠메 우인장>. <나츠메 우인장>은 팬들에게 "치유계 애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한, 작가의 초기단편 <반딧불이의 숲에서>와 함께 자연과 인간(인간과 비인간계)의 공존을 섬세하게 다룬 수작으로 꼽힌다.

요괴 하나하나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어느덧 자신의 마음이 힐링 되는 애니. 쓸쓸한 가을에 치유계 애니로 모두 만피(게임 언어, 체력 게이지가 모두 찬 상태) 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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