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8) 묻지마라

왜 가난한 사람들이 바보 같이 자본가에게 고분 고분 당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뉴스일자: 2012년09월14일 13시12분

묻지마라
 
묻지마라
언제 물어보기는 했던가
지나치거나 관심을 끄거나 혹은 스스로 벽을 치던가
그것이 무엇이었든 결과는 똑같이 되풀이 될 뿐
가난은 늘 고유명사처럼 따라 붙고
뒤이어 따라붙는 슬픔이 형용사처럼 그를 설명 할 뿐
무너져내리는 가슴을 황망히 수습하기도 전에
바삐 돌아가야 할 지하샛방의 얼룩진 습기를 생각하면
들이치는 상실감에 다시 한 번 힘이 풀렸다
슬픔이 없거나 분노가 사라진 잠깐의 진공상태도 있었으나
그것은
그를,
어이없게도
한없이 눈물나게 만들었고
끝없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깐의 진공상태를 함께 지켜준 것은 뻔하게도 절망뿐이었다
낡고 낡은 말들을 앞세워 희망을 이야기하는 입들이 있었으나
화려한 수사와 세련된 그림을 앞세워 전망을 이야기하는 입들이 있었으나
지
리
멸
렬
할 뿐,
그 많은 입들이 쏟아내는 말들 속에
속지 않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꿈이야 언젠간 깰 수밖에 없는 것
차라리 빈 손에 뭐라도 쥘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되었든
마음껏 휘두르고 싶었다
그러니 제발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가시고
묻지마라
 
 
**가난과 빈곤이 대물림 되는 세상에서 가난한 자들은, 가난한 노동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가난을 강요하는 세상에 맞서 싸우거나 가난에 짓눌려 죽거나...그리고 자신의 가난과 빈곤이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왜 그 놈의 가난과 빈곤은 떨어지지 않고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분노가 치밀 뿐이다. 이 끔찍한 가난과 빈곤은 노동자들과 민중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놓고 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바보 같이 자본가에게 고분 고분하게 당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바로 자기 자식이 밥이 없어 돈이 없어 굶어 죽고 병들어 죽을 판에 왜 가난한 노동자들이 부자들의 담을 넘지 않고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지 않는지 이해가 안간다’라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너무나 순진하게 너무나 멍청하게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들과 빈민들이 모두 자본과 국가권력에 맞아 죽고 얼어죽고 병들어 죽기 전에 조만간 우리는 심각한 결단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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