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찰청, 한기명 범민련 대경연합 의장 가택 압수수색

한 의장 "내 나이가 여든넷인데 뭘 더 할 수 있겠냐"
뉴스일자: 2012년09월12일 14시26분

9월 12일은 한기명(여, 84)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대구경북연합 상임의장의 생일이다. 생일이라고 해서 별로 특별한 건 없었다. 대구 신당동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에서 아침 일찍 눈을 뜬 한 의장은 여느 때처럼 일과를 준비했다. 이날 그는 오전 10시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예정된 북한수해돕기 기자회견에 나갈 계획이었다.

오전 8시 14분경, 생일떡을 녹이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데 벨이 울렸다. “누구요”하고 물었다. 상대는 아래층 집에서 물이 샌다고 해서 살펴보러 왔노라고 대답했다. 별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다. 아파트 관리자라는 그는 화장실을 쓱 살펴보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십 수명의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 건장한 남자 십 수명이 들어서자 부엌 겸 통로로 쓰이는 거실이 가득 찼다.

건장한 남자 십 수명이 들어서자 부엌 겸 통로로 쓰이는 거실이 가득 찼다. "무슨일이냐“고 묻자 남자들 중 한명이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줬다. 그들은 대구지방경찰청 보안과 형사들이었다. 압수수색의 이유는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혐의였다.

여경 둘을 대동하여 침대에 앉아 멍하니 형사들을 지켜보던 한기명 의장의 눈에 문득 준비하다 만 아침상이 들어왔다. 혈압과 중풍예방 차원에서 매일 먹는 약도 생각났다. 기왕에 이렇게 된 일 먹으려 했던 떡과 커피를 먹고 약을 먹어야겠다 싶었다. 떡과 커피를 먹고 약을 꺼내 먹으려는데 문 앞에 서 있던 형사가 화들짝 놀라며 “그 약 뭐냐”고 물었다. “내가 자기들 앞에서 죽으려고 하는 줄 알고 놀란 거지. 약 봉지에 ‘아침’, ‘점심’ 적혀 있는걸 보고는 안심하더라”

▲ 경찰이 압수해간 압수품목과 확인서

형사들은 2시간 30분가량 컴퓨터며, 책이며 이것저것 뒤져서 ‘다시쓰는 한국 현대사’, ‘2011년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회 기록’, ‘민가협 24차 총회 보고서’ 등 100여 품목을 압수해갔다.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원영민 대구경북지역 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과 백창욱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가 한 의장의 집으로 찾아왔다. 원영민 사무국장은 “대선을 앞두고 인혁당을 같이 경험하신 사회 원로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의장은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의 잘못은 명명백백하고 대선에서는 승리하고 하고 싶으니 나 같은 재야 쪽 인사들 입까지 막고,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거 아니겠느냐”며 “내 나이가 여든넷이야. 하면 뭘 얼마나 할 수 있겠나. 가소로운 생각이 든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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