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의무급식 빠진채 학교급식 조례안 “날치기” 통과

“실정법 위배” vs “할 수 있는 방법 찾자는 것”
뉴스일자: 2012년09월11일 16시30분

11일,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는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대구운동본부(의무급식운동본부)가 3만여 대구 시민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1분 만에 수정 통과시켰다. 의무급식운동본부는 수정 통과된 조례안이 “식물조례”라며 “김원구 행자위원장의 사퇴를 비롯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행자위는 채홍호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성삼제 대구시 부교육감 등이 출석한 가운데 약 한 시간 가량 조례 심사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와 교육청은 조례안을 두고 ▲상위법인 학교급식법과 충돌 ▲시의 예산편성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회 후 11시 30분경 속개된 행자위에서 윤성아 행자위 부위원장은 원안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았고, 행자위원들은 토론 없이 1분 만에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 11일, 행자위 위원들이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안을 심사하고 있다. 이날 행자위는 의무급식을 학교급식으로 수정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정안, 어떻게 바뀌었나?
‘의무급식’ 사라지고, ‘학교급식’으로

수정안은 명칭부터 ‘대구광역시 친환경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로 바뀌었으며, 원안의 ‘의무급식’이란 단어가 모두 사라졌다. 따라서 급식에 드는 일체의 경비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것을 명시하던 원안의 내용은 없어지고, “급식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여 실시”하는 ‘학교급식’에 대한 안으로 대체되었다.

또, 의무급식 총 경비 가운데 3/10 이상을 시장이 부담하도록 한 원안은 “시장이 지원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교육감 및 구청장, 군수와 지원대상, 지원방법, 재정분담 비율 등을 협의하여야 한다”고 수정돼 시장의 부담이 완화되었다.

의무급식에 관한 전반적인 심의와 의결을 위해 설치가 요구되었던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원회’는 의결권이 없는 심의기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심의위원 중 호선하여 선정하도록 한 위원장도 행정부시장이 맡는 것으로 시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초등학교 2012년, 중학교 2013년으로 명시되어 있던 의무급식 시행시기 또한 “친환경 학교급식경비는 2013년부터 지원한다”고 수정되어 사실상 조례안을 통한 의무급식은 불가능해졌다.

“실정법 위배” vs “할 수 있는 방법 찾자는 것”

▲ 김원구 행자위원장은 수정안 통과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실정법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원구 행자위원장은 수정안 통과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내용으로 상임위를 통과하게 된 것 같다”며 “실정법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만이 넘는 주민이 발의한 조례가 통과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의무급식을 학교급식으로 바꾼 것은 의무급식이라고 하는 것은 의무교육에 상응하는 용어로 비치기 때문에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가 자칫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적으로 급식에 관해선 교육감과 시장의 의지가 여전히 중요하다”며 “예산편성권은 집행부와 교육청에 있지만 심의, 의결권은 의회에 있기 때문에 매년 의원들의 정치, 교육철학이 반영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이날 의무급식운동본부는 시의회 앞에서 피케팅을 하며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안 원안 통과를 주장했다.

이 같은 대구시와 교육청, 시의회의 입장에 대해 의무급식운동본부는 “애초에 의무급식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며 일축했다.

은재식 의무급식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다른 시도와 달리 대구시는 지자체가 의무급식에 의지를 보이지 않아 주민들의 자발적인 서명으로 조례안이 발의됐다”며 “시와 교육청이 실정법에 위배 된다고 할 만큼 원안이 시와 교육청에 의무를 많이 지운 건 대구시와 교육청이 의무급식에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 집행위원장은 “학교급식법 8조를 거론하며 식품비는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고 하지만 9조에는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렇게 따지면 현재 대구시가 지원하고 있는 급식비도 불법이 되고,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다른 시도도 불법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학교급식법 8조(경비부담 등)는 급식시설, 설비비 등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식품비에 대해서는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 9조(급식에 관한 경비의 지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8조의 규정에 따라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장의 예산자율권을 침해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서울시의 경우 주민투표 등을 통해 정리한 것처럼, 시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주민들과 그 부분에 대해서 합의하고 타협해야 하지 않나”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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