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7) 태풍은 어디로 갔나

북상 중인 태풍은 아무 말이 없었다
뉴스일자: 2012년08월31일 11시30분

태풍은 어디로 갔나

우산을 들고 가는 사람들이 위태롭게 거리를 지나가고 가로수들이 이리 저리 흔들리는 지금은 태풍 북상 중 텔레비전과 라디오와 신문은 연일 태풍 피해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 교회 첨탑이 무너져 내려 지나던 행인이 깔려 죽었다는 소식이 선정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었다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클로즈업 되고 뒤이어 꺾여진 나뭇가지와 떨어져 으깨어진 사과며 배들이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바닷가 마을에선 삼년을 밤잠 설쳐 가며 키운 굴과 전복 양식장들이 역시 을씨년스런 풍경을 한 채 멍하니 카메라 화면에 잡혀 있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와 비가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도대체 관심이 없을것만 같던 사람들에겐 여전히 태풍은 심드렁한 이야기 일 뿐 보다 근본적인 정치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셨다 유력대선 후보의 통합 행보가 북상 중인 태풍 이야기 중간 중간에 화제가 되었고 그 통합 행보가 그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서울과 수도권 삼사십대의 지지율이 상대방 후보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북상 중인 태풍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 말이 없었지만 태풍은 가난한 산동네의 단칸셋방을 박살냈고 쫓겨난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아와 천막을 찢고 플래카드를 날려버리고 마침내 한숨마저 날려버렸다 울산의 자동차 공장에서 들려오는 소식들도 북상중인 태풍에 묻혀 산산히 완파되었다 물론 정치에 관심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보기엔 이런 뉴스는 너무나 한가하거나 특정 정치적 성향을 보인 사람들의 편중된 관심사항이어서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재민의 숫자와 태풍의 피해가 도표와 그래프로 기록된 화면들이 보였다 그것도 정치에 너무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이후 태풍에 대비한 정책들이 다짐처럼 쏟아져 나올것이다 그나 저나 지금은 태풍 북상 중 근데 언제 온다는거야?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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