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당한 레미콘 노동자, 아침마다 골프장엔 왜...

영진인프라콘, 임금 체불에 노조탄압하다 해고까지
뉴스일자: 2012년08월16일 20시43분

레미콘 지입기사인 송창식(가명)씨는 요즘 매일 아침 요즘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8시면 강북골프장으로 출근한다. 강북골프장은 정병규 ㈜영진인프라콘 대표이사가 소유하고 있다. 송 씨와 지입기사들은 골프장 앞 팔거천 둔치에 천막을 치고 매일 아침 약식 집회를 열어 계약해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송 씨는 2년여 전부터 영진인프라콘의 레미콘 지입 운전기사로 일했다. 본인 명의로 레미콘을 소유하고 있는 송 씨는 레미콘 1회 운행 시 4만 3천원 정도의 운송료를 받았다. 본인 소유의 레미콘이 있는 지입기사들은 대부분 송 씨처럼 회사와 1회 운행 운송료를 책정하고 일을 한다.

송 씨가 몸담은 영진인프라콘은 2009년 11월 경부고속철도 10-1, 10-2공구에 160억원 상당에 달하는 레미콘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레미콘 기사들을 충원했다. 송 씨는 “고속철 납품 들어가면서 운행 횟수가 늘어났다”며 “고속철 납품 전에는 한달 평균 7, 80회 운행했고, 고속철 납품 이후부터 100회 정도 운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평균 100회 정도 운행을 하고 대략 43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부가세, 자동차 보험료, 유류비, 매달 소요되는 차량 수리비 등을 빼면 대략 200만원 정도만 그의 손에 남는다. 그는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 한 명씩 있다. 200만원이면 빠듯하게 생활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마저도 체불하기 일쑤였고, 급기야 지난달 27일 체불에 항의하는 기사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2009년부터 만성적인 임금 체불
노조탄압 하려, 사무실 전기 끊고

영진인프라콘은 2009년부터 만성적으로 임금을 체불해왔다. 6월분 운송료 지급일이었던 지난 7월 20일에도 회사는 자금사정을 이유로 지급일을 미루었다. 지급일은 23일이 되었다가, 25일이 되었고 급기야는 8월 10일까지 연기됐다.

26일 지입기사들은 상습적인 운송료 체불과 지연 지급에 항의하며 회사 정문을 막고 레미콘 운송을 거부했다. 회사는 기사들에게 다음날인 27일 사장과의 면담을 약속하며 문제 해결에 나설 것처럼 보였지만, 약속 당일 회사는 사장 면담 대신 밀린 운송료를 지급하고 송 씨를 포함한 지입기사 18명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애초 지입기사와 영진인프라콘  사이의 계약 기한은 2013년 5월 31일까지였다.

회사는 이들이 소속된 노조에 대한 탄압도 이어갔다. 지난 1일 회사는 노조에 사무실 퇴거 명령을 내리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사무실 출입을 통제했다. 2일에는 사무실 전기 공급을 차단했고, 3일에는 노조원들의 회사 출입까지 통제했다.

▲ 영진인프라콘 회사 정문 기둥에 붙어 있는 공고문

현재 경북 칠곡 동명면 대구시립묘지 가는 길에 위치한 영진인프라콘 회사 앞 기둥에는 지입기사들의 이름과 차량번호가 적힌 공고문이 붙어있다. 공고문은 "허가없이 임의 출입시 법적인 조치를 강행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혀있다.

“정상적인 사업주라면 회사 정상화 고민해야”
“응원해주는 아이들 위해 회사 복귀 할 것
”

16일 오후 4시, 송 씨는 오랜만에 회사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회사 앞에는 51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시지노인병원 조합원들과 대구지역 시민노동단체 소속 100여명이 모여 영진인프라콘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 16일 대구지역 시민노동단체 소속 100여명이 모여 ㈜영진인프라콘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원준 통합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단결하고자 하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더 비싼 돈을 들여 용역을 동원하고, 분열시키고 있다”며 “기업의 이런 행태는 정부, 노동부, 경찰이 이를 더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회사 자금난을 이유로 운송료 지급을 연기했던 영진인프라콘은 지난 6일 지입기사들의 일당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고 경비용역을 고용해 지입기사들의 회사 출입을 막은 바 있다.
 
정은정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는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또 다른 노동자를 이용해 싸움 붙이고, 분열시키고 있다”며 “정상적인 사업주라면 어떻게 회사를 정상화시킬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결코 용서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회사에 복귀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진인프라콘 회사 앞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1km 정도 떨어진 K골프장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오후 5시 K골프장 앞 마무리 집회를 마친 송 씨는 방학 중인 아이들이 아버지의 상황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알고 있다. 힘내라고 응원해준다”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겨서 회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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