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지대
시간이 한 참 흐른 먼 미래에도
공장이 있었던 곳에서는
보일 것이다
그 곳에 어떤 공장이 있었든
그 곳에 어떤 노동자들이 일을 했든
무너진 옛 공장 터를 발굴 하다 보면
보일 것이다
유난히 굵고 뭉특한 손가락뼈들이
툭 튀어나온 광대뼈들이
금이 간 채 발견된 갈비뼈와 닳고 닳은 무릎뼈들이
보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 뼈들의 주인공들이
평생을 구부린 채로 그라인더를 돌렸다거나
팔꿈치의 상태와 함께 인대의 상태를 유추 해 보면서
장시간 노동의 길고 긴 역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또 압착의 결과로 으깨어진 갈비뼈 조각들을 보면서
과연 어떤 것들이 이 갈비뼈 위로 떨어진 것인지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짐작컨대
그것은
프레스일 수도 있고 수십 톤의 철판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었든
그 뼈들을 산산조각 낸 것은 분명,
견딜 수 없는 노동의 고통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신들의 지난 흔적들을 들키고 만
삶의 마지막을 어두운 흙 속에서 이름도 없이
수십 수백 년을 견뎌왔을 뼈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 할 것이다
그들의 가난과 그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절묘하게 만나 형성된 이 뼈들은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흐른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옛 공장 터를 발굴한 학자들은 이야기 할 것이다
뼈들이 발견된 옛 공장지대
지금도 여전히 기계 소리에
한숨 소리가 묻어나는
비명 소리에 이어 누군가를 들처업고 병원으로 가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이 곳 공장 지대,
굴뚝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불가촉천민 지대
** 더워도 너무 더운 것 같다. 세상의 종말이 곧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리 더울 수가 있나? 날은 덥고 일은 풀리지 않고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게 없는 것 같다. 얼마전엔 안산 sjm을 비롯한 만도기계 노동자들을 향해 컨텍터스라는 용역업체의 화끈한 폭력이 폭발하면서 자본가 정권의 폭력이 이제 그야말로 사적 폭력으로 대체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알고 보면 이런 사적폭력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요즘 자행되는 저들의 폭력은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같다. 마치 요즘 해도 해도 너무한 이 무더운 날씨처럼...
이제 노동자들과 민중들이 저들의 폭력 앞에서 선택할 것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두말 하면 잔소리고 세말하면 입 아프다. 그냥 바보처럼 가만히 앉아서 저들의 폭력에 나가 떨어지던지 아님 투쟁 조직으로서 정당한 폭력을 행사하던지...난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고 싶지만...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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