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안 칼럼(8)] 가난한 사랑 노래

사회적 가난이 만들어낸 사회적 이별을 생각하다
뉴스일자: 2012년07월26일 15시52분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사랑 시들을 옮겨 다이어리를 그득히 채우던 고등학교 시절 내 다이어리 한 중간쯤 가장 너덜너덜한 장에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참 가난해서 친구들의 문제집을 지우고 다시 풀어야 했던 그 시절, 첫 사랑에게 필사해서 건넨 시집의 첫 장에도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자리 하고 있었습니다. 가난이란 물질의 폭력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위대함을 덮는 것은 시 속의 아픔이라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인 줄도 모릅니다

요즘 삼포세대라는 말이 유행을 합니다. 연애, 결혼, 취직을 포기한 젊은 세대를 말하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서울에 사는 35~41세의 남성 미혼 비율이 20%로 20년새 10배가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포기의 원인에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신경림 시인의 이야기처럼 가난은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지요

▲[출처 : MBC <PD수첩> 캡쳐]

한국 남성의 결혼 평균 비용은 8,000만원이라 합니다. 대학을 나온 한국 남성이 평균적으로 30세에 취직을 하고, 초임 연봉이 2200만원이라고 하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돈을 모으더라도 4년이 걸린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학자금 대출 1,300만원(대학생 평균 학자금 대출액)을 갚고, 최저생계비 정도의 생활(최저 생계비 기준 년 660만원)이라도 할라 손 치면, 최소한 서른일곱은 돼야 스스로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죠.

결국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결혼을 한다는 것은 그 곳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너무 험난하고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리고, 사람들은 결혼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지요.

교육에 대한 사회적 비용, 그리고 주거에 대한 사회적 비용,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환경은 모두 개인에게 전가가 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이 빚쟁이가 되거나, 아니면 그들의 부모를 빚쟁이를 만들지 않으면 자신의 사랑조차 지키지 못하는 가난한 사랑 노래는 사회 곳곳에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더욱 가난한 환경에서도, 얼마 없는 돈으로 사랑만으로도 결혼하는 커플도 많을 것이고, 결혼이 사랑의 종착역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적어도 결혼을 선택함에 있어 가난이 이유가 되거나, 사회가 개인에게 지워놓은 그 짐들이 족쇄가 된다면 가난한 우리는 오롯히 사랑하는 것조차 누군가에게 죄스러운 인간이 되어버린다면, 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하루 하루가 희망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하나씩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된다면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제는 결혼 할 때라고 이야기 하고, 정년기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됨으로써, 결혼이 사랑의 열매로 충분할 때, 가난이라는 사회적 폭력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미안하지 않아도 될 때 그 때가 제가 결혼할 때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의 꽃은 사랑하는 사람이 피우지만, 우애롭고, 평등한 사회의 토양이 피워지게 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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