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이유택의 교양산책 (2)

“이제는 공감교육이다!” : J. 리프킨, <3차 산업혁명>
뉴스일자: 2012년06월23일 00시54분

▲ J. 리프킨, <3차 산업혁명>, 2012. 민음사
<엔트로피> 이후 <육식의 종말>,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 이른바 ‘종말’ 시리즈의 저자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제러미 리프킨의 최근작 <3차 산업혁명>(안진환 옮김, 민음사 펴냄)은 “수평적 권력은 에너지, 경제,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오늘날 경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혁명적 변화’에 주목하면서 다음과 같이 단언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융합으로 생겨난 공동 권력은 근본적으로 인간관계를 상하 구조가 아닌 수평 구조로 재조정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심오한 변화를 안겨 줄 것이다.”(15)

“현재 우리는 석유 시대와 그에 기반한 2차 산업혁명의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이것은 우리가 받아 들여야 할 냉정한 현실이다. 인류의 모든 구성원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서둘러 전혀 새로운 에너지 체제와 새로운 산업 모델로 옮겨 가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명의 종말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다.”(26)

“오늘날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에너지 체계가 수렴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결합이 3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21세기에는 수억 명의 사람이 자신의 가정과 직장, 공장에서 직접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여 지능적인 분산형 전력 네트워크, 즉 인터그리드로 서로 공유할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나름의 정보를 창출해 서로 공유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말이다.”(57)

“1차, 2차 산업혁명 때는 소수의 거대 기업과 정부가 화석연료 에너지를 소유하고 통제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 경제 안에서 성장한 후에 지구의 에너지를 마치 숨 쉬는 공기처럼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공공재라고 여기게 될 2050년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런 소유와 통제의 방식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311)

리프킨의 생각에 의하면 경제 분야에서의 이러한 혁명적 변화는 사회의 성격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생산 및 분배의 통제 중심이 이동할 것임에 틀림없는 21세기에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중앙집권형 거대 에너지 기업 중심에서, 거주지에서 직접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고 잉여분은 에너지 정보 공유체를 통해 교환하는 수백만의 소규모 생산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민주화에는 미래의 인류가 삶을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방법에 대한 심오한 암시가 들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우리는 분산 자본주의(distributed capitalism)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159)

분산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소유나 축적이 아니라, 공유와 분배이다. “인터넷과 여러 새로운 통신기술 덕분에 지구상 모든 인간의 신경 시스템이 다른 인간과 연결되는 속도가 빨라졌고, 이로 인해 우리는 글로벌 소셜 공간의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세계 어디서나 동시에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19세기와 20세기에 사유재산권이 중요한 가치였던 것만큼이나 이제는 거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306)

“위키피디아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공간들은 인간이 본래 이기적인 존재로서 끊임없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한다는 고전 경제 이론의 기본 가정에 도전장을 던진다. 3차 산업혁명의 커뮤니케이션 및 에너지는 고전 경제 이론에서 말하는 것과 전혀 다른 생물학적 욕구를 끌어 낸다. 바로 사회적 교류의 욕구와 공동체에 대한 추구다.”(307)

경제 분야와 사회 분야에서의 이러한 근본적 변화는 필자처럼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경제적, 정치적 시대에 맞게 미래 세대를 준비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리프킨의 답변은 간단 명료하다. 3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기존의 수직적 권위주의로부터 탈피해서 수평적 협업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통적인 교육의 주된 사명이 생산성 높은 노동자 배출에 놓여 있었다면, 미래의 교육은 3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목표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중앙집권화한 2차 산업혁명에서 수평적인 3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옮겨 가면 교육 시스템도 새로운 단장이 필요하다. 교육을 지배하는 기본 틀과 거기에 맞춰져 있는 교수법을 재검토하는 작업은 물론 쉽지 않다. 전 세계의 많은 교사는 교육 방식을 개조하는 길에 이제 막 들어섰다. 생물권 세상에 속하는 분산적이고 협업적인 경제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젊은 세대에 맞도록 교육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327)

3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의 수립, 즉 분산과 협업을 토대로 하는 새로운 교육 방법과 학습 모델의 창출을 위해 리프킨이 제안하는 것은 ‘공감교육’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공감’하는 존재, 즉 호모 엠파티쿠스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연결한 새로운 3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의 첫 번째 사명은 공유 생물권 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대를 길러 내는 것이다. 진화생물학, 신경인지과학, 아동발달 분야의 새로운 연구 결과는 공감하는 성향이 인간에게 생물학적으로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많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믿었던 바와 달리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성적이고 무심하고 욕심 많고 공격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존재가 아니며 자애롭고 사교적이고 협동과 상호 의존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점차 물러나고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가 떠오르고 있다.”(338)

리프킨이 보기에 미래의 인류는 타 생물권을 불가분의 공동체로 바라보며, 다른 사람과 모든 생명체를 진화론적 의미의 대가족으로 여기며 그들과 공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이러한 폭 넓은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류에게는 공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은 협력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학습경험을 창조하는 쪽으로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앞으로 교육은 인터넷과 함께 자라난 세대, 정보를 혼자 비축해 두지 않고 서로 공유하는 열린 소셜 네트워크에서 교류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와 호흡하고 소통하는 자세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리프킨이 미래 교육의 새로운 지표로 제안하고 있는 ‘공감’은 단적으로 말해서 “타인에 대한 긍정”(345)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감 능력의 배양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봉사학습 프로그램의 도입”(350)이다. 봉사학습 프로그램은 공감을 중시하는 협업적 교육 모델로서,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가 사는 지역의 비영리 단체, 또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지역사회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지역사회 프로그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급식소, 진료소, 환경 프로젝트, 교습 프로그램, 상담 센터, 그 밖의 수많은 지역 비영리 단체 활동에 참여하며 봉사하는 과정은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변화 시킨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면 학생들의 가슴 속에 공감의 감정이 솟아난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며,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도와야 하는 낯선 환경에 던져졌을 때 많은 학생의 공감 능력이 깊이 성숙한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어 인생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351)
 
공감 능력의 배양을 위한 두 번째 조건은 기존의 수직적-일방적 교육이 수평적-협업적 교육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저에는 사람들이 함께 사고하면 혼자서 사고할 때보다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즉 “수평적 교육은 학습의 본질과 관련해서 완전히 다른 가정에서 출발한다. 지식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공동의 경험에 대한 설명이다. 진리를 탐구한다는 것은 모든 사물과 현상이 연관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며, 우리는 타인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러한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하고 더 다양한 관계를 맺을수록 현실 그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우리 모두가 보다 커다란 생물권 그림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353이하)

수평적 교육은 첫째, 학생을 수동적인 지식 수령자가 아니라 자신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로 변화시킨다. 수평적 학습의 목표는 학생이 성과를 내기보다는 진정으로 생각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수평적 학습을 통해 학생은 지식 습득이 결코 혼자서 하는 활동이 아니라 그룹을 통한 활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둘째, 수평적 교육은 교사의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교사는 학생들의 대화와 토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사는 자신이 속한 학문 분야의 지식을 알려 주고, 해당 학문 분야 내에 존재하는 의견 차이를 평가하거나 또 그 학문과 다른 지식 분야 사이의 의견 일치 및 아이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모두 학생들의 대화와 토론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수평적 교육은 학제 간 연구나 다문화 연구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오늘날 학계는 명확하게 경계를 그은 독립적 학문 분야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이 분산 방식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협업적 네트워크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 중이다. 현상 연구에 대한 기존의 환원주의적 접근법이 물러나고, 대신 현실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큰 그림을 보려고 하는 체계적 접근법이 떠오르고 있다. 그 결과 행동경제학, 생태심리학, 사회사, 생태철학, 생명의료윤리학, 전인적 의학 등 두 개 이상의 분야를 합친 새로운 학문 영역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공감능력의 배양을 위한 세 번째 조건은 자연친화적 교육의 확대이다. 즉 학생들이 인간이라는 좁은 영역을 넘어서 다른 생명체와 넓은 자연 전체까지 아우르도록 공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연 세계와 접촉하는 시간이 계속 줄어들어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고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는 이른바 “경험의 멸종”(358)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경험의 멸종’ 상태에 빠지게 되면 점점 자연에 반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지구의 고통에도 무심해진다. 또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로워진 나머지 인간은 자기 자신의 행성에 살면서도 외계인인 듯 느낀다. 아무리 진짜인 듯 느껴져도 가상세계에서의 경험이 실제 자연 안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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