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권리' 대구퀴어축제, 기독교단체 혐오로 저지

500여명 참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뉴스일자: 2014년06월28일 20시36분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목소리에 일부 기독교 단체는 혐오로 대답했다. 결국, 퀴어퍼레이드는 행진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들은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에도 경찰에 둘러싸인 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대구퀴어축제 조직위는 사전 신고를 통해 합법적으로 행사를 진행했으나,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단체가 차량을 막아서거나 연좌농성을 하는 등 격렬하게 퍼레이드를 막아섰기 때문.

▲퀴어퍼레이드가 시작되자, 기독교단체 회원 100여 명은 도로를 점거하고 퍼레이드 차량을 밀어냈다.

28일 오후 2시부터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공공의 적 퀴어?"가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예수재단·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 단체와 교인 300여 명은 27일 저녁부터, 이날 퀴어퍼레이드가 끝난 저녁 7시까지 퀴어축제를 막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오후 5시 50분께 퍼레이드가 시작하자 주변에서 퀴어축제 반대 집회를 열었던 기독교인 150여 명은 2·28기념중앙공원 앞에서 퍼레이드 차량을 밀어냈다. 이들은 경찰이 끌어낼 때까지 10여 분간 저지를 시도했다. 이들은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퀴어축제를 저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시작해 봉산육거리, 대구백화점 앞을 지나 다시 축제 장소로 돌아오려던 퍼레이드 행렬은 길을 막아선 기독교인 200여 명 탓에 행진 코스를 변경해야 했다.

오후 6시 20분, 통신골목에는 기독교인 200여 명이 도로를 막고 연좌하며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 경찰은 6시 30분경 기독교인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렸으나 이들은 연좌를 지속했다.

결국, 조직위는 “기존 코스대로 진행할 경우 충돌이 예상된다”고 판단했고, 퍼레이드 경로를 변경해 동성로2길로 진입했고 오후 7시 20분께 엔젤리너스 대구동성로점 앞에서 퍼레이드를 끝마쳤다. 

기독교인들의 방해로 행사를 일부 변경한 것과 관련해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씁쓸함을 토로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퍼레이드가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야 하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즐겁게 축제를 진행했고, 내년에도 또 퍼레이드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강명진 서울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퀴어희망버스로 서울에서 150여 명이 왔다. 서울도 대구도 기독교인들이 집단적으로 막아선 게 올해가 처음”이라며 “저분들의 신념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퀴어축제를 혐오대상으로 삼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다. 덕분에 퀴어축제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내년에도 또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시민들 극렬 기독교단체 거세게 비난
축제 부대행사와 무대행사는 성황리 진행

이날 대구퀴어축제에 참가자들은 기독교인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기독교단체는 국채보상공원, 대구백화점 앞 광장과 무대행사가 진행 중인 2·28기념중앙공원 청소년광장 앞 분수대에서 총 1,000여 명이 모여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특히, 2·28기념중앙공원의 집회를 주관한 예수재단은 경찰의 경고에도 집회를 강행했다.

이갑수 중부경찰서장은 오후 1시 40분 께 예수재단 측에 “예수재단은 신고되지 않은 집회를 하고 있다. 정당하게 신고된 집회를 방해하면 집회 방해죄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수재단의 집회 강행에 이갑수 서장은 “기독교단체에서 종교행사라고 주장하면서 퇴거에 불응했다. 강제 퇴거 시 불상사가 우려돼 사법처리는 나중에 검토하더라도 사고 예방을 위해서 퇴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석구 변호사(대한민국어버이연합 법률고문)는 경찰의 경고 당시 이갑수 서장에게 “동성애축제는 통합진보당이 지지하는 행사다. 이들이 하는 행사는 허가하고 기독교단체의 집회 신고는 불허하는 것은 종교탄압이다”며 “우리도 집회 신고는 했는데 안 받아줬다. 경찰이 통진당이랑 짜고 한다”고 말했다.

임요한 예수재단 목사는 “대한민국이 위기다. 교회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동성애로 청소년 병들어간다. 동성애 척결운동은 애국 운동이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기독교 단체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 모씨(24, 대구시 북구)는 “퀴어 축제 소식을 듣고 지나가며 들러봤다. 동성애자로서 매우 기분이 좋지 않다”며 “성경에 동성애가 죄라고 적혀있다는데, 성경은 사랑하라고 가르치는데 여기 모인 기독교인들은 성경도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24, 서울 성북구) 씨는 “서울 퀴어축제의 경우도 기독교 단체에서 방해를 했다. 그때도 경찰들이 해산명령만 하면서 아무런 조치도 안 취했다”며 “세월호 집회만 봐도 경찰은 즉각 폭력연행을 하는데 경찰 반응이 이렇게 다른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미국) 씨는 “한국의 게이피플 친구들을 도와주려고 왔다. 함께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게이피플이 아주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하러 온 사람들은 충격적이고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게이도 같이 살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2시부터 5시 50분까지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진행된 부대행사와 무대행사는 시민 500여 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부대행사로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등 8개 단체에서 설문조사·이성애중심반대캠페인·에이즈  인식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이날 대구퀴어축제 행사장 근처에는 경찰 7개 중대 600여 명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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