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은 범죄자가 아니에요"

2013 민들레순례단, 대구서 성매매 방지 캠페인 열어
뉴스일자: 2013년09월26일 11시43분

▲대구역 여인숙집결지 공간 사진
 

“성매매? 아니죠. 성 착취, 혹은 성 매수가 맞아요”

매매란 동등한 행위자 간의 교환행위를 뜻하기에 성을 사고파는 당사자 간의 권력차이를 볼 때 성매매란 말은 옳지 않다는 설명이다. 성매매 방지법 시행 기념과 목숨 잃은 성매매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2005년부터 진행한 민들레순례단은 ‘성매매’를 “성을 매수하는 자들과 이를 알선하는 자들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성 착취’의 심각성과 성매매근절을 위해 9월 25일 오후 4시 대구백화점앞 광장에서 ‘성 산업 착취구조 해체와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한 여성인권행동’과 ‘청소녀성매매예방캠페인 “잠깐만요! ‘성매매’ 뭐가 문제인지 알고가실게요!”‘를 진행했다.

이들은 “성매매가 일상화된 공간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 매수’에 노출된 여성 삶의 위협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매매현장에서 경찰 등 공권력의 부정과 부패, 유착비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성들을 '돈'과 위계, 위력으로 통제하는 알선업자, 성 매수자들의 폭력은 여성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성매매’ 행위에는 많은 편견이 있다. ‘성매매는 개인의 선택이 아닐까?’, ‘남성의 성 매수는 불가피한 행위 아닌가?’, ‘여성들이 쉽게 돈 벌려는 것이 아닌가?’. 이와 유사한 질문에 주최자들의 단호한 대답을 들었다.

Q: 성매매 행위도 개인이 선택한 것이 아닙니까?

A:대구에 자갈마당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62개 업소 중 활발히 운영되는 45개 업소에서 350~400명이 종사하고 있어요. 대구역이나 달성공원에도 성매매업소가 있어요. 이곳에는 생계형 종사자들이 많아요. 일하는 언니들 나이가 50~60대예요. 이분들과 상담해보면 건강상태가 심각해요. 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한 분은 몸이 안 좋다 해서 병원에 가보랬더니 평생 밑에 깔리다 보니 척추가 손상됐어요. 폭력도 많아요. 그런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 나잇대에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다들 (성매매) 안 하고 싶어하죠.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거예요. 그나마도 업소에 돈을 떼이고 나면 일 회당 2만 원씩 벌게 돼요. 지자체에서 이런 여성들이 다른 일을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해요. 이들은 아주 조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성매매) 일 안 하죠. 이들에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돼야 해요. 복지를 넘어 성 매수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기 때문에 국가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이런 사례도 있어요. 한 여성이 잠자는데 들이닥친 한 남성에 강간을 당했어요. 신고 못 하죠. 성매매가 불법이니까. 때문에 성매매 행위에서 여성들에 대한 비범죄화가 중요합니다.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 힘내 부소장)

Q: 남성의 ‘성 매수’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A: 120명의 학생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한 적 있어요. 성욕을 조절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 명도 동의하지 않았어요. 조절이 안 되면 치명적이죠. 그건 짐승이죠. 오히려 사회에서 남성의 성욕화를 조장해요. 매일 항시적으로 술과 여자를 권하는 사회예요. 또 사회는 여자를 공급하죠. 술은 여자가 부어야 한다든가, 성 매수를 해보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라든가, 성 매수행위를 오락 같은 즐거움으로 여기게 한다든가. 성 매수행위를 오락으로 여기지 않고 사람을 사는 행위, 매수하고 착취하는 행위로 보면 할 수가 없죠. 그럼에도 사회는 오로지 여성이 잘못됐다고만 이야기합니다. (정박은자 부소장)

Q: 청소년의 성매매가 유독 주목받아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요즘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 알선이 심해요. 청소년 전화상담을 해 보면 이런 어플이나 유행광고에서 유입되거나 성매매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어요. 청소년 참여 게시판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에요. 성매매하게 되면 대개 청소년은 자기 잘못으로 알게 돼요. 몸이 더러워졌다고,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성 매수자는 청소년에게 금품을 요구하기도 하고, 학교 찾아오거나 사진 공개한다고 협박하기도 해요. 대구여성인권센터는 성 매수 근절 운동 13년 했어요. 그동안 10대에서 80대까지 관련자를 만나면 대략 여기 유입된 시기가 청소년 시기예요. 때문에 청소년 시기에 예방 안내를 하면 효과가 크죠. 청소년 성매매가 특별히 더 나쁜 게 아니에요. 같은 맥락에 있어요. 학교에서 낙인 찍힐 수 있다거나, 가족에 귀속돼 있다거나, 잠잘 곳이 없다거나, 가정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거나 하는 등 성인의 경우와 조건이 다를 뿐이에요. (정박은자 부소장)

Q: 일부 여성들은 쉽게 돈 벌기 위해 성매매를 선택하지 않나요?

A: 여성이 어릴수록 몸값이 오릅니다. 또한, 예쁘고 몸매도 좋아야 해요. 이런 여성이 성매매 여성 중 얼마나 될까요? 극소수예요. 그럼에도 성매매 여성을 이야기할 때 소수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하죠. 실제는 일반적 이야기가 아니에요. 누가 성매매를 할까요? 돈 없고 취약한 사람들 하게 돼요. 요즘 사회에서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잘 벌지도 못해요. 성매매도 마찬가지예요. 돈 많이 못 벌어요. 당연하게도 이들이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니까.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니까요. (신박진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Q: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주장하는데, 합법화와 다른가요?

A: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란 말 그대로 성매매여성은 법으로 처벌하지 않되, 성 매수자들과 성매매 알선업자를 처벌하라는 겁니다. 수요를 제거하자는 거예요. 합법화는 달라요. 독일의 경우 제삼자가 개입되는 성매매도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했어요. 스웨덴의 경우 모든 상업적성거래를 불법화했고, 다만 성 판매자를 비범죄화했어요. 결론적으로 스웨덴보다 인구가 10배가량 되는 독일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는 스웨덴의 62배가 됐어요. 성매매의 합법화에 따라 인신매매의 비중도 늘어난 거예요. 유럽에서도 스웨덴식으로 성 판매자들을 비범죄화하려는 경향이에요.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해야하고, 성 매수자와 알선행위를 하는 업소를 처벌해야 하고, 성매매 여성의 삶을 위한 다른 직업적 대안도 필요합니다. (신박진영 대표)

▲신박진영 대표(좌)와 정박은자 부소장(우)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부스와 부대행사도 곁들여져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도가 높았다. 이번 행사에는 ▲대구의 대표적 산업형 성매매 집결지 지도 전시 ▲대구역 여인숙집결지 공간 사진 전시 ▲대구역 성매매 여성들의 스토리텔링 ▲성 착취 없는 지역사회를 꿈꾸는 새로운 마을 지도 그리기 ▲청소년 참여 게시판 ▲영상 상영부스가 진행됐으며, 댄스공연과 성매매 편견 줄넘기, 성착취없는 세상 희망자전거도 부대행사로 진행됐다.

▲청소년 참여 게시판은 카카오톡 대화형식으로 참여를 이끌어 청소년들의 인기를 끌었다

행사에 참여한 이유진(가명, 16) 씨는 “컴퓨터를 하다 보면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나,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매매에 노출되기 쉬워진 것 같다”며 “행사 참여를 통해 경각심을 되새기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12일 부터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영화제, 캠페인, 토론회 등을 진행한 민들레순례단은 이후 26일 오후 1시부터 전북 군산시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지난 2002년 1월 화재 참사로 죽임을 당한 성매매 여성들을 기리는 ‘2013민들레 순례단’을 진행한다.

▲성 착취 없는 세상 희망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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